▲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정치 풍자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는 최효종. |
국회의원 강용석의 고소사건으로 더욱 큰 사랑을 받게 된 <개그콘서트(개콘)>의 인기 코너 ‘사마귀유치원’. ‘사마귀유치원’에 출연 중인 멤버들은 풍자개그의 어려움으로 다름 아닌 공부를 꼽았다. 코너를 기획했던 정범균만이 군 시절 신문과 TV 뉴스를 섭렵해온 덕에 풍자에 일가견이 있을 뿐, 최효종 조지훈 등 다른 멤버들은 세상사에 통 무관심했다고 한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개콘> 녹화를 끝낸 뒤 다음 날 아침 9시부터 바로 다음 주 녹화 준비에 들어간다. 회의 시작은 멤버 모두가 9개 종합 일간지와 TV 뉴스를 빠짐없이 모니터하는 것. 최효종은 “흉내만 낸 풍자는 생명력이 없다”며 “한마디를 해도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뉴스 보기를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풍자가 나오기 위해선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된다”며 “사설은 어지간해선 보지 않는다”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피소 사건 이후 멤버들 사이에 달라진 점은 없을까? 정범균은 “실보단 득이 많았다”며 “코너 인지도도 올라갔고 국민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당분간은 개인보단 사회를, 직접적 풍자보단 소통에 초점을 맞추자는 멤버들 사이에 약속은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치 풍자 개그의 어려움은 뭐니 뭐니 해도 수위조절이다.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웃음과 날카로운 비판 사이의 경계가 늘 아슬아슬하다. 케이블 채널 풍자 개그쇼 <SNL 코리아>를 연출하면서 직접 출연까지 하는 영화감독 장진이 “차라리 고소를 당하는 게 마음 편하겠다”는 심정을 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효종 피소 사건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는 수차례 있었다.
▲ 장동국 |
자타 공인 풍자 개그의 달인으로 <폭소클럽2>의 ‘뉴스야 놀자’ 코너에 출연해 “boys be MBtious”라는 유행어를 남긴 노정렬. 그는 프로그램 폐지 당시 심경이 어땠을까. 그는 소식을 듣고 ‘뭔가 있구나’ 싶었다고 했다. 적은 제작비로 시청률은 꾸준히 나오고 방송사 입장에서도 프로그램을 폐지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에 무척 의아하고 아쉬웠다고. 또한 그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현 정부에서 공중파 활동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는데, 실제로 그는 라디오와 인터넷 방송만으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 노정렬 |
각종 정치인 성대모사로 유명한 방송인 배칠수는 풍자 개그의 현실적 어려움을 털어 놓기도 한다. 그는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대통퀴즈’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목소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을 풍자하기 위해 대통령이 망가지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어김없이 시청자 게시판이 ‘MBC 문제 많다’는 식의 글로 도배된다고 한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대통령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분위기를 띄우면 ‘MBC마저 그럴 수 있냐’는 성토의 글로 도배된다고.
▲ 박성호 |
MBC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코미디하우스>의 ‘3자토론’. 당시 권영길 의원을 패러디했던 개그맨 김학도는 아직까지도 권 의원과 돈독한 관계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김학도가 대선후보이던 권 의원을 흉내 냈던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당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권 후보를 패러디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 배칠수야 워낙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성대모사로 유명했고, 박명수가 이회창 후보를 흉내 내겠다는 입장이 완고해 김학도가 권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권 후보의 연설 장면을 무한 반복해 보며 경지에 이른 김학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까지 탄생하는 등 그야말로 김학도와 권 후보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권 후보는 실제로 녹화 현장을 방문해 깜짝 출연하며 자신이 실제 대선 토론 당시 착용했던 뿔테 안경까지 김학도에게 선물했다. 민주노동당 전당대회의 사회를 맡는 등 명예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김학도는 실제로 권 의원을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해줬으니 스물아홉 살 차이의 권 의원을 아버지로 깍듯이 모시는 건 당연하다는 게 김학도의 설명. 지난 2008년 김학도의 결혼식과 2010년 아들 돌잔치 때도 권 의원은 직접 참석해 의리를 이어갔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