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외곽 지원조직이었던 ‘한강포럼’의 홍 아무개 씨가 2011년 1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우진)로부터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도와주겠다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재판부는 “홍 씨가 무상 대여 받은 돈이 6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며 특히 사용처 확인이 어려운 현금으로 수령함으로써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하고자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했다. 대여 받은 후 5년 동안 아무런 변제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홍 씨를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홍 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있고 동종 전과가 없으며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가 특별사면 된 (다른) 사건과의 균형 등을 참작해 형의 집행을 2년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홍 씨 사건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당대회의 ‘돈 봉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홍 씨는 ‘경선을 위한 정치자금 명목’으로 최아무개 씨로부터 총 5회에 걸쳐 현금 6억 원을 무상 대여 받은 뒤 끝까지 변제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한때 박근혜 위원장의 장외조직 핵심멤버였던 그가 대선후보 경선 준비를 위한 자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과정(공소장)에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는 점은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박 위원장도 측근들의 ‘돈 정치’(정치자금 모금)를 관리하는 데 소홀했다는 도덕적 비판만은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 씨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를 후원하는 조직인 ‘한강포럼’의 부회장으로 일했다. 그는 2007년 6월경부터 친박 캠프의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 등으로 활약하며 박 후보의 핵심측근으로도 불렸다. 특히 홍 씨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직전 발생한 ‘이명박 후보 주민등록초본 불법 발급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가 2008년 8월 15일 특별사면을 받은 바 있다.
그는 경선과정에서 음양으로 많은 활약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 그의 비밀 사무실이 있다고 해서 친박캠프에서는 ‘마포팀’으로도 불렸다. 당시 홍 씨가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검찰에 전격 체포되자 이명박 캠프는 홍 씨를 두고 ‘박 전 대표가 미래연합 시절부터 함께한 막후 실력자’(박형준 대변인)라며 두 사람의 연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근혜 위원장이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마치 자기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을 보고 어이가 없더라. 특정사건과 연루가 안 되었다고 해서 ‘나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더구나 핵심측근으로 불리던 인사가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되었다는 것은 결국 박 전 대표도 참모관리 실패와 함께 돈 정치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였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씨가 거둬들인 ‘경선용 정치자금’의 총액이 과연 얼마인지, 그리고 그 돈이 치열했던 경선과정에서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더 추적을 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 씨의 재판 결과가 돈봉투 정국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이유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