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생산능력 축소는 오판, 제약·바이오 사업 진출도 우려 목소리…OCI “안정적으로 사업 다변화”
하지만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에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실리콘 결정체들로 태양광 발전사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OCI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한때 16만 9000원을 기록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는 10만 원에 머물고 있다. OCI의 주가는 조금 상승하다가 다시 하락 전환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OCI가 2020년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캐파)을 대폭 줄인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지적한다. 유휴설비를 말레이시아 법인으로 옮겨 원가 부담이 적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는 평가다. 바이오 기업 투자 등 신규 사업과 관련해서도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kg당 5달러(약 6954원)까지 떨어졌던 고순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이후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한때 30달러(약 4만 1721원) 후반대를 기록할 정도로 폭등했다. 현재는 3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OCI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초 OCI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949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2687억 원으로 보고 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8453억 원으로 2011년(1조 1140억 원)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OCI가 시장 상황 변화를 면밀히 살폈다면 종전 매출 최대치를 넘어서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실적이 나쁘지는 않지만 글로벌 최고 수준의 폴리실리콘 업체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OCI는 2020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던 군산공장 3개 라인 중 2개를 폐쇄하고, 나머지 1개 라인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라인으로 교체했다. 이로 인해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이 연간 7만 9000톤(t)에서 3만 6000t으로 60%가량 감소했다. 2019년만 해도 OCI보다 생산량이 많았던 곳은 중국기업 GCL폴리 단 한 곳이었다. 하지만 OCI가 설비를 폐쇄한 후 투자를 늘린 중국 업체가 늘어나 현재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량 순위는 세계 7위다.
당시에도 OCI 결정에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2020년 2월 보고서를 통해 “절반 이상 줄어든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에서 태양광의 가치를 이전만큼 부여하기 힘들다”며 “성장 포인트에 대한 질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군산공장에서 철거한 유휴 설비를 말레이시아로 옮기겠다는 당초 방침도 지연됐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는 국내에 비해 인건비는 물론 전기요금이 절반 이상 낮아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폴리실리콘 생산 비용의 30~40%가 전기요금인 점을 감안하면 생산원가가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OCI는 군산공장 설비 축소 당시 “유휴설비를 말레이시아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군산공장 설비를 그대로 옮기면 말레이시아 법인의 생산능력을 3만~4만t 늘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의사결정 지연으로 최근에야 연간 생산 능력이 5000t 확대되는 데에 그쳤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군산 유휴설비를 활용한 설비 확장 결정이 조금 선제적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펀드매니저는 “2018~2020년 태양광 시장 불황이 뼈아팠는지 OCI의 보수적인 행보는 지나친 수준이었다”며 “내년 중으로 중국 업체들은 생산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라 (만약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한다면) OCI의 말레이시아 이전 계획도 꼬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글로벌 1~10위 폴리실리콘업체들의 생산량은 지난해 62만 5000t에서 올해 87만 4000t, 내년 123만 4000t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OCI처럼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던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셀, 모듈 생산에 집중해 위기를 넘긴 케이스다. 한화솔루션도 2020년 2월 폴리실리콘 사업을 축소했지만 셀과 모듈의 생산 규모는 늘렸다. 태양광 사업의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소재)→잉곳(부품)→웨이퍼(부품)→셀(태양전지)→모듈(태양전지를 모아놓은 패널)’로 이어진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락하면 셀, 모듈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에서 오랜 기간 고전했지만 모듈 가격 급등으로 올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현대에너지솔루션도 2020년 기준 매출이 4000억 원을 밑돌 정도로 업계 내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고출력 모듈 개발에 집중하면서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매출 1조 원 돌파가 유력시되고 있다.
OCI도 한화솔루션, 현대에너지솔루션과 같이 오랜 기간 업력을 쌓은 태양광 부문 내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 좋았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OCI는 최근 몇 년간 태양광이 아닌 제약·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OCI는 2018년 부광약품과의 합작법인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부광약품 지분 11%를 1461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OCI는 부광약품의 신약 개발을 지원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사업과 OCI가 사업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 사업은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해 자칫 두 사업이 모두 불황기에 접어들면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OCI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에서 군산공장 설비를 실제로 적용했을 때 가동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는 등 많은 검토가 필요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물류 이전도 원활하지 않다보니 설비 이전에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말레이시아로의 설비 이전은 작년에 했고, 올해 3분기부터 가동에 들어갔으므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바이오 사업이 불황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폴리실리콘 사업이 주력 사업이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기존에 해왔던 화학 사업 등이 있어 사업 자체는 안정적으로 다변화 돼 있다”며 “유동적인 시장 상황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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