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스타를 위해 활동하는 스태프들은 여러 명이다. 대표적으로 매니저가 있는데 매니저 역시 이사급, 실장급, 로드 매니저로 세분화된다. 비주얼을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 디자이너 등도 스타를 위한 스태프에 속한다. 이들이 모두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돌아가야 스타의 활동도 원활해진다. 그런데 최근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사이에서 심상치 않는 파열음이 들리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각종 의상 협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홍보비로 알려져 있다. 스타가 협찬받은 의상을 공식석상에서 입어 홍보 효과가 발생할 경우 해당 업체가 스타일리스트에게 홍보비를 건네곤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몇몇 연예기획사들이 직접 소속 스타의 의상을 협찬 받고 홍보비도 챙기려 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매니저들이 의상 협찬에 따른 홍보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공항패션이다. 얼마 전 황정음이 스타들의 공항패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줘 화제가 됐다. MBC <섹션 TV 연예 통신>에 출연한 황정음은 “매니저를 통해 기자 분께서 미리 ‘내일 어디 가시죠? 촬영가도 될까요?’라고 연락이 오면 이를 수락한 뒤 ‘뭘 입을까’ 고민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물론 고민은 스타가 아닌 스타일리스트의 몫이다. 결국 스타들의 평상복을 볼 수 있는 기회라 여겨지던 ‘공항패션’ 역시 평상복이 아닌 취재진을 의식해 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을 거친 의상인 셈. 당연히 협찬이 이뤄지고 홍보비도 오간다.
공항패션의 경우 여전히 ‘평상복’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협찬 효과가 크다. ‘A 스타가 행사장에 B 브랜드 의상을 협찬 받아 입었다’보단 ‘공항패션을 보니 A 스타가 평소에 B 브랜드를 즐겨 입나보다’가 더 홍보효과가 큰 것. 게다가 공항에서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스타들이야 워낙 공항을 이용할 일이 많은 만큼 그때마다 의상 협찬을 받아 홍보비까지 챙기면 꽤 큰 수익이 될 수도 있다. 아예 몇몇 홍보대행사와 스타일링 업체는 협찬 의상을 입고 공항에 가는 스타들의 비행 스케줄을 언론사에 알려줘 취재를 유도하기도 한다. 한 홍보대행사가 지난해 이런 방식으로 최근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스타일리스트들은 분개한다. 매니저들이 돈에 눈이 멀어 스타를 망치려 한다는 것. 한 스타일리스트는 “각자의 영역에서 충실하면 되는데 이를 넘어서려는 연예기획사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면서 “결국 해당 스타에게 협찬이 들어오는 것이니 스타일리스트와 결별해도 협찬은 무난히 받을 수 있겠지만 전문성 없는 스타일링은 결국 스타의 스타일을 망쳐 수명을 짧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톱 레벨로 손꼽히는 스타일리스트들은 하나같이 톱스타들과의 엄청난 인맥을 자랑한다. 연예계 최고의 마당발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를 비롯한 톱 레벨 스타일리스트들은 아예 각자의 톱스타 라인을 자랑할 정도다. 예를 들어 고소영 장동건 부부, 김희애 김혜수 수애 김정은 서인영 정우성 권상우 이정재 등은 ‘정윤기 라인’, 이미숙 김남주 김민희 손예진 강성연 등은 ‘김성일 라인’으루 분류된다. 또한 김태희 이효리 한효주 차예련 등은 ‘한혜연 라인’, 이영애 문근영 최정원 정겨운 등은 ‘마연희 라인’으로 구분된다. 정윤기의 소개로 서인영과 고소영이 각별한 관계가 됐고, 이영애가 하와이에서 비밀 결혼식을 갖자 기자들이 이영애와 친분이 두텁기로 소문난 마연희에게 몰려들었다. 워낙 인맥이 탄탄해 방송국에서 톱스타 섭외를 위해 톱 레벨 스타일리스트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톱 레벨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대다수의 스타일리스트들은 스타와의 인맥 형성을 위해 상당히 공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스타일리스트들은 매니저들과의 신경전으로 인해 더욱 확고한 스타와의 친분 강화를 위해 무리수까지 던지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이사는 “몇몇 스타일리스트들이 다소 지나친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면서 “다른 연예인들과의 소개를 주선하고 사회 유명 인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이성을 소개해주고 심지어 스폰서를 들이대기도 한다”며 격분했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는 “과거에도 몇몇 소문이 좋지 않은 스타일리스트들이 여자 연예인에게 스폰서를 소개해주고 소개비를 받아 연예계 ‘채홍사’로 불렸지만 은밀하게 이뤄져 그 실체가 불분명했다”면서 “요즘엔 아예 드러내놓고 부유층 자제와의 만남을 주선하며 스타와 친해지려는 애들도 있다”고 얘기한다.
최근 들어 스타들과 정재계 부유층 인사들과의 친분이 자주 회자된다. 열애에서 결혼까지 이성적인 만남은 기본, 재계 유명 인사들과 깊은 친분을 맺고 있는 연예인들도 많다. 예를 들어 이미경 CJ E&M 총괄 부회장이 군 복무 중인 가수 비를 면회 가고, 이정재는 대상그룹 장녀 임세령 씨와 친분이 깊은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배우 최정윤은 이랜드 그룹 부회장의 장남 윤태준 씨와 결혼했고 전지현은 유명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외손자이자 패션디자이너 이정우 씨의 둘째 아들인 최준혁 씨와 열애 중이다. 이렇게 스타와 정재계 부유층 인사들의 만남이 주로 패션업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스타와 패션업계의 연결고리가 바로 스타일리스트다.
결국 스타의 연예계 활동을 담당하는 매니저는 이런 사적인 만남보다는 연예계 활동에 집중해주길 바라고, 스타일리스트들은 더 깊은 친분을 쌓기 위해 스타들의 사적인 만남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엇갈린 상호의 이해관계가 의상 협찬 홍보비를 둘러싼 양측의 분쟁으로 더욱 심하게 틀어지고 있는 셈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i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