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명절 연휴는 부모님의 건강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진은 노인병원 환자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눈
눈을 바라봤을 때 흰자위에 해당 하는 공막이 황색으로 보이면 간염이 의심된다. 또 결막이 빨갛지 않고 하얀 부분이 많으면 위나 대장의 문제가 생긴 신호로 보면 된다. 대개 젊은 사람들은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고령일수록 암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갑자기 시력저하가 찾아오면 눈부심 증상과 함께 눈 부위에 자주 통증을 느낀다. 종종 충혈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안과를 찾아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만약 부모님이 당뇨를 앓고 있다면 정기적인 시력 검사는 필수다. 혹 TV 자막이 군데군데 안 보이기 시작하면 당뇨병성 망막질환이 왔을 가능성이 높기에 꼭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귀
난청도 간단한 방법으로 알아볼 수 있다. 부모님과 30㎝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대화를 시도해보자. 만약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면 난청 증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간혹 난청이 있어도 입 모양을 보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으니 등 뒤에서도 말을 해봐야 한다. 또 전화통화를 할 때 어려움을 느끼거나 음성이 갑자기 커진다면 이 역시 난청 증세로 볼 수 있다.
#얼굴빛
연한 보랏빛의 얼굴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땐 심장과 폐의 건강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또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데 얼굴이 예전보다 푸석하게 보이고 검게 변했다면 콩팥에 합병증이 왔을 가능성도 있으니 주치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호흡
호흡을 통해선 폐와 심장의 건강을 알아볼 수 있다. 숨이 가쁘고 호흡할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면 천식 등 폐질환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만약 걷다가 주저앉을 정도로 숨이 가쁜 증상을 느낀다면 폐가 아닌 심장질환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또 손발과 함께 다리도 부어있다면 심장 또는 간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니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한다.
#대소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나 대화를 통해서라도 대소변 체크를 잊어선 안 된다.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치 않으면 남성은 전립선 질환, 여성은 신경성 방광염을 의심할 수 있다. 소변 색이 갈색이면 요로결석이나 담도암일 수 있고 주황색이면 피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커 전립선과 신장염 검사를 해봐야 한다.
#걸음걸이
부모님과 함께 나갈 기회가 있다면 걸음걸이 하나까지 잘 살펴보자. 뭔가 걸음이 어색하고 한 쪽으로 기울면 뇌졸중 의심되는 상황. 동시에 한쪽 수족의 저림 증상과 함께 감각이 떨어지고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하면 이 역시 뇌졸중의 신호다. 혹 어깨가 축 늘어지고 구부정한 자세로 총총걸음을 걷는다면 파킨슨병 증세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활동할 때만 흉통이 나타났다 사라지면 협심증 위험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잠자리
잠자는 자세와 기상 시 동반하는 여러 증상으로 건강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 잠을 잘 때 바로 눕는 자세를 불편해 하고 옆으로 새우잠을 자면 척추질환이 진행된다는 증거다. 퇴행성관절염이 왔을 때는 무릎사이에 간격이 벌어져 오자형 다리가 되고 1년에 1㎝ 이상씩 신장이 줄어든다. 아침엔 관절이 아픈데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통증이 사라지는 경우도 퇴행성관절염 증상이다.
기상 시 두통을 느낀다면 뇌신경 질환이 의심되는데 이와 함께 찰나라도 의식을 잃는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일과성 뇌졸중이라 부르는데 건망증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반드시 약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병이다. 시기를 놓치면 1년 내 뇌졸중이 오는 만큼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식사
식사전후도 놓쳐선 안 된다.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줄어들면 어딘가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6개월간 별다른 이유 없이 체중이 5㎏(또는 10%) 이상 줄었다면 만성병이 악화됐거나 암이 찾아왔다고 볼 수 있다.
부모님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다. 정을조 원장은 “40대 이상이면 최소 1년에 한 번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특히 1~3월은 비수기로 할인이 되는 곳이 많으니 설 선물로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비싼 검사라고 모든 병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검사를 피하기 위해선 사전에 ‘뭘 알기 위해 검사를 하는지’ 의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도움말=정을조 진주복음병원 진료원장
노년보험 광고 보면서…“어머니도 저런 걱정 하시죠?”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들에게 “나 아프다”, “병들었다”는 말을 먼저 꺼내는 것을 꺼려한다. 약해진 모습을 보이기 싫은 마음과 자식이 걱정할까하는 마음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식이 지나치게 직접적인 질문이나 관심을 보이면 부모 입장에서는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연스러움’이다.
다른 가족이나 주변의 사람들의 투병생활을 지켜봤다면 그 때의 이야기를 끌어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 때의 상황을 상기시키며 “할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아버지도 걱정하신 것처럼 저도 부모님의 건강이 염려됩니다. 최소한 아버지가 어디가 불편한지는 알고 있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는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없다면 책, 영화, TV 등에서 본 것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 TV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노년층을 위한 보험 광고를 보며 “어머니도 저런 걱정을 하세요?”라는 말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것. 예상치 못한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보면서도 “만약 우리가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식으로 말을 이어나갈 수 있다.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부모가 먼저 말을 꺼낼 때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가 “요즘 내가 나이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라는 뉘앙스를 풍기면 자식들이 “아니다. 아직 젊으니 걱정할 필요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 어느 순간 부모가 입을 닫게 되니 주의가 필요하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