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리얼미터의 1월 셋째주(16~20일) 조사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15.3%의 지지율을 얻었다. 1위인 박근혜 위원장(28.8%), 2위인 안철수 원장(28.1%)에게는 아직 많이 뒤처져 있지만 손학규(3.2%), 유시민(통합진보당 공동대표·3.1%), 김문수(경기지사·3.0%) 등 다른 대선주자들은 멀찍이 따돌렸다. 리얼미터 정례조사에서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첫째주 7.6%에 불과했지만 1월 둘째주 조사에서 14.6%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셋째 주 조사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동아일보와 채널A, 리서치앤리서치 공동조사(24일)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7.7%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선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박 위원장이 46.7%를, 문 이사장이 38.4%를 얻어 두 사람의 격차가 8.3%포인트에 불과했다. 같은 기관이 지난해 12월 26~27일 조사했을 때에는 박 위원장이 50.3%, 문 이사장이 34.3%로 두 사람 간의 격차는 16.0%포인트였다. 두 사람의 격차가 한 달 사이 반 토막 나면서 이제는 오차범위(±3.1%포인트)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반 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문재인 이사장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인인지 아닌지 헷갈렸던 문 이사장이 4·11 국회의원 총선거 부산 출마를 선언하는 등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고 TV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까지 부각된 게 시발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연 문재인이 박근혜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품었던 사람들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고쳐먹은 것”이라며 “반 한나라당 성향 유권자들에게 문재인이 ‘안철수의 대체재’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문 이사장의 상승 여력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을 비롯해 문성근 민주통합당(민주당) 최고위원, 김영춘·김정길 전 의원 등이 줄줄이 부산 출마를 선언하면서 PK(부산·경남) 지역은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부상했다. 또 ‘PK 혈투’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문재인 이사장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 말 한마디 한마디가 총선 기간 내내 방송 뉴스와 신문지면을 장식할 수밖에 없다. 노출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문 이사장 같은 후발주자에겐 더 없는 기회다. 안철수 원장이 현실 정치에서 한발 떨어진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문 이사장이 야권 내에서 명실상부한 ‘안철수의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독주 체제’가 ‘안철수와 문재인의 경쟁 체제’로 전환되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득이 되고, 그 상승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문 이사장의 경우 야권 지지층에게 ‘밀어주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게 큰 플러스 요인이다. 안철수 원장은 아직까지는 대선 출마 여부가 불분명한 장외주자다. 민주당 지지자들로서는 ‘불확실한 길(안철수)’로 가기보다는 ‘확실한 길(문재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민주통합당에선 향후 ‘안철수 무용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이미 당 일각에서는 “안철수 효과는 정치개혁의 모멘텀을 준 것으로 충분하고 이제 우리의 힘으로도 한번 해볼 만하다”라는 기류가 서서히 일고 있다.
그러나 안 원장에게도 당장은 나쁠 게 없어 보인다. 야권 내에 경쟁자가 없으면 안 원장 한 사람에게 ‘빨리 나서라’는 압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과도한 압력은 안 원장을 서두르게 만들고, 정치를 해 본 적이 없는 안 원장이 서두르다 보면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재인이라는 경쟁자가 등장한 이상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어졌다. 자신이 구상하는 스케줄에 맞춰 기부재단 설립 등 차별화된 방식으로 얼마든지 여유 있는 대권 행보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