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1일 종편개국쇼가 성대히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
12월방송된 드라마는 ‘개국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다. 대중들의 관심도 높을 때고, 특정 채널과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게다가 몸값도 1.5배 안팎으로 뛰었다. 때문에 지상파 드라마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이 대거 종편으로 배를 갈아탔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시청률 1% 고지는 요원했고, 대중들은 어떤 종편 드라마가 몇 시에 방송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종편 드라마에 출연했던 한 배우는 “처음 출연을 결심할 때는 ‘AGAIN <모래시계>’를 꿈꿨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고사하고 종편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안티 팬까지 생겼다. 또 다른 종편 드라마의 출연 제안이 있지만 고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JTBC <김병만 이수근의 상류사회> 정도가 시청률 1%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무려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건 JTBC 오디션프로그램 <메이드 인 유>는 첫 회가 0.18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핫’하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데다 배우 송중기까지 MC로 내세웠는데도 종편을 수렁에서 건지지 못했다.
종편 제작진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개국을 앞두고 종편으로 대거 이동한 지상파 출신 PD들은 인맥을 앞세워 지상파에서도 성사시키기 어려운 각종 기획을 내놨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전원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고, ‘대세’로 불리는 박정현을 처음으로 MC로 기용했으며, 1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상금도 내걸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기 때문에 지금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종영된 후 차기작을 구상할 때 재차 손을 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종편에서 활동 중인 지상파 출신 PD는 “개국 때는 ‘한번 도와 달라’고 인맥을 앞세워 섭외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편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이 채 1%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시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아무리 획기적인 기획안을 갖춰도 시청자들이 외면한다고 판단하면 도리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종편의 들쭉날쭉한 편성 역시 도마에 올랐다. 채널A의 연예정보프로그램 <연예인사이드>는 당초 배우 손태영과 류상욱을 공동MC로 발탁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불과 한 달 만에 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당초 데일리 프로그램으로 론칭됐던 프로그램이 내부 논의를 거쳐 위클리 프로그램으로 개편되면서 MC도 교체된 것이다.
<연예인사이드>는 손태영 류상욱을 기용하며 ‘매일’ 발 빠른 연예 소식을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불과 방송 3주 만에 개편을 결정하고 외주 제작사 한 곳을 두고 나머지 제작사에 계약 파기 의사를 전했다. <연예인사이드>에 참여했던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너무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보여서 당황스러웠다. 방송은 나가지 못했지만 이미 제작 완료해 놓은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비는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연예인들은 종편 프로그램 출연 결정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눈치다. 출연하기로 했다는 1회성 홍보 기사가 얼마 못 가 버림받았다는 내용으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각 종편 채널들은 개국 당시 화려한 라인업을 구성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몇몇 종편 채널 내부에서는 제작비를 삭감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결국 비싼 돈 주고 부른 연예인을 ‘팽’시키고 몸값이 싼 연예인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예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TV조선 <수취인불명 편지>를 진행하고 있는 컬투의 정찬우는 방송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19번 TV조선 <수취인불명 편지> 본방 사수해 보세요. 맘이 따뜻해질 겁니다”라고 적었다가 수많은 트위터리안으로부터 모진 말을 들어야만 했다.
결국 정찬우는 “많은 분들이 종편TV를 홍보했다 생각하시니 맘이 아프네요. 연예인으로서 전 너무 프로그램 내용이 따뜻해서 선택을 했고 가슴 훈훈하시라고 말씀 드린 것뿐인데 오해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연예인이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조차 마음 놓고 홍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종편 자체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영화감독 A는 종편 채널의 한 프로그램 출연 섭외를 받자 “나는 종편에 출연할 생각이 없다. 종편이 만들어지는 것조차 반대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담당 PD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외주 제작사에 속한 이 PD는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종편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 꽤 크다. 낮은 시청률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인기와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지난 두 달간 이 사실을 체감했다. 때문에 봄 개편을 앞두고 연예인들의 ‘탈(脫) 종편’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