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민선 7기 ‘기본’에서 민선 8기 ‘기회’로 대전환…실현 여부 따라 차기 대선 역할 달라질 전망
민선 7기 이재명 경기도가 ‘기본’을 바탕으로 공정의 가치를 높게 샀다면 민선 8기 김동연의 경기도는 ‘기회’라는 가치를 내세운다. 양극화, 저성장, 저출산 등 대한민국이 겪는 문제들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김동연의 해법은 기본이 아닌 기회다.
기본소득을 필두로 한 ‘기본’이라는 가치는 기초단체장이던 이재명 성남시장을 일약 경기지사, 대선후보까지 만드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수해로 인한 반지하 일가족 사망사건이나 발달 장애인 가정의 극단 선택 등이 알려지며 모두에게 소액을 주는 것보다 정말 힘든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게 낫다는 선별 지원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액이라도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보편복지’의 약점이었다.
이런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동연 지사가 기본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은 작았다. 김 지사에겐 공정, 균형, 약자에 대한 배려 같은 가치를 이어가면서도 차별화된 무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의 판단은 ‘기회의 불균형 해소’였다. 김 지사는 “더 많은, 더 고른, 더 나은 기회가 국민에게 주어진다면 대한민국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먼저 ‘기회사다리’는 기회의 차이를 메울 수 있는 지원책을 의미한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청년과 그동안 정책 대상에서 소외됐던 430만 베이비부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청년들이 사회진출 과정에서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외 연수 지원 같은 청년 맞춤형 정책 패키지를 지원하고 베이비부머에게는 일자리 연계 지원 등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기회사다리의 골자다.
‘기회소득’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예술인, 장애인 등에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경기도는 이를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공 보상안”이라고 표현했다. 보편 복지를 표방하던 기본소득과는 결이 다르다. 특정 대상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에선 오히려 중위소득 50% 이하 가정에 가구 소득 부족 부분을 지원하는 오세훈 서울시의 안심소득과 닮은 구석이 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효과를 거두게 될지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기회 안전망’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사전 대비가 부족한 취약 계층에 대한 선제적 지원을 의미한다. 아동, 어르신, 장애인 등에 대한 돌봄 강화, 일자리 지원, 자립, 보건의료서비스 지원 등의 사회적 안전망을 더 촘촘히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결식아동 급식단가 인상, 긴급 복지 핫라인을 개설하며 도민의 어려움을 살피는 데 주력했다.
‘기회발전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기회생산 기반을 말한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①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AI, 빅데이터 등 글로벌 첨단산업 육성 ②수소경제 실현 ③RE100 선도 ④G-펀드 조성과 혁신 생태계 기반 마련 ⑤K-콘텐츠 산업 육성 ⑥생태자원과 평화의 중심인 경기북부를 성장의 허브로 발전시키는 정책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혁신성장과 미래산업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회생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김 지사는 반도체 장비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AMAT(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연구개발센터와 세계 2위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 기업 미국 Onsemi(온세미)의 전력 반도체 공장과 첨단연구소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경제 도지사'라는 표현에 걸맞은 성과다.
‘기회터전’은 옛 경기도청 부지에 ‘사회혁신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소셜벤처와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경제, 마을 공동체, ESG 등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정책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도민이 문화와 예술, 체육과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 도민의 삶에 품격과 즐거움을 더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00일 동안 현장을 누비면서 도민의 어려움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고 기회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면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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