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주무치 역을 맡았던 박성웅. |
▲ 정석원. |
결국 몇몇 선배와의 잦은 마찰로 인해 그는 액션스쿨을 떠나야만 하는 아픔까지 겪게 된다. ‘가장 달콤한 복수는 성공’이라고 다짐하며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던 정석원. 이후 스타덤에 오른 그는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듯 영화 <비상>의 촬영현장에서 액션스쿨의 선배들과 마주하게 된다. 게다가 유독 그를 싫어했던 선배들도 그 영화의 무술팀에 합류했었다. 그러나 그는 오랜만에 조우한 선배들에게 꼬박꼬박 90도 인사를 건네며 잔심부름을 하는 등 주연배우가 아닌 액션스쿨 막내의 자세로 임했다고 한다. 진짜 남자라면 그래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딱 한번 그가 액션배우의 길에 한계를 느끼고 좌절한 적이 있다는데, 사연인즉 이렇다. 액션스쿨 배우로 영화 <공공의 적-강철중>에 출연하게 된 정석원. 그는 조폭을 꿈꾸는 학생 무리 가운데 한 명, 사실상 엑스트라에 가까운 출연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강우석 감독은 그의 남다른 외모에 반해 그를 학생이 아닌 정재영의 수행 경호원으로 즉석 캐스팅했다. 대사까지 주어지는 일종의 신분상승이었던 셈. 그러나 액션에는 자신 있었지만 표정 연기는 영 꽝이었던 터라 강 감독을 실망시키게 돼 결국 중도하차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이날을 계기로 액션만이 아닌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정석원, 요즘 그는 액션은 물론 연기로도 승승장구 중이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주무치’ 역으로 이름을 알린 탤런트 박성웅. 그는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 신은정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등 일도 사랑도 대기만성형의 ‘늦깎이 스타’다. 그의 이력을 보면 무척이나 특이한 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 출신의 액션스쿨 1기생. 사법고시에 통과해선 진짜 행복한 인생을 꾸릴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무작정 액션스쿨을 찾아 배우의 길로 뛰어든 그를 ‘괴짜’라 할 수도 있다. 그는 전통의 액션스쿨 출신답게 어떤 촬영도 대역 없이 직접 임하는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 유난히 액션이 많았던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도 대역 없이 전투 장면을 소화해낸 주요 출연진은 박성웅이 유일했을 정도. 그러나 항상 위험은 따른다. <태왕사신기>를 찍으며 그는 무려 세 번이나 낙마 사고를 겪었던 것. 세 번째로 말에서 떨어졌을 당시엔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심각하게 대역을 고민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박성웅은 몸의 마비증상까지 이겨내며 기어이 액션 장면에 임했다.
▲ 정두홍(왼쪽)과 김효선. |
요즘 그의 주관심사는 다름 아닌 몸 불리기. 매끈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이병헌의 대역을 맡기 위해선 그와 똑같은 수준의 근육량을 가져야 해 요즘 한창 몸집을 키우고 있다. 1편의 좋은 연기로 이병헌의 위상이 달라져 현지 제작진에게 덩달아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정두홍은 “이제는 내가 차원 높은 액션 신으로 이병헌의 위상을 드높여줄 차례”라며 각오를 다진다.
한국 최초의 여성 액션배우 김효선은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정두홍의 애제자로 ‘한국의 양자경’으로도 불리는 김효선은 고된 액션스쿨을 수료한 것만으로도 화제를 집중시킨 인물이다. 그가 기억하는 액션스쿨 생활은 어떨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액션스쿨 수강료는 무료지만 파스 값은 본인 부담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나절을 꼬박 훈련하지만 물 먹는 시간은 두 시간에 한 번만 허락된다는 게 그의 설명. 때문에 함께 입학한 동기생들 가운데 4분의 1 정도만이 최종 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액션스쿨을 수료한 여배우는 손에 꼽을 정도.
여성 1호 액션 배우라는 영광된 타이틀이 그에게 주어졌지만 시련도 많았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아라한장풍대작전>에 주연 배우로 캐스팅됐던 그는 촬영을 며칠 앞두고 윤소이에게 역할이 넘겨야 했다. 스턴트는 물론 연기 연습까지 매진했지만 참담한 기분은 숨길 수 없었다고. 하물며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는 윤소이 액션 지도였다. 액션스쿨에서 훈련 도중 그는 많은 여배우들을 만난 것을 재산으로 여긴다. 수많은 여배우들이 액션스쿨에서 과외를 받곤 하는데 그때마다 자신이 팔씨름을 겨뤄 승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전도연이다. 5분간의 치열한 힘겨루기 끝에 그에게 패배를 안긴 전도연을 보며 배우의 기를 느꼈다는 게 김효선의 설명.
<시크릿가든> 속 하지원이 연신 내뱉었던 “괜찮습니다”라는 대사와 서툰 영어로 프로필 영상을 찍는 장면 등이 자신의 실제 경험담이라는 김효선은 길라임을 넘어 하지원 못지않은 여배우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