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임재범, 박정현, 김범수. 사진제공=MBC |
국민가수 김건모를 필두로 13라운드에 합류한 이현우와 이영현까지 ‘나가수’ 시즌1에는 모두 28명의 가수가 출연했다. 평균 연령 38.6세, 평균 가수경력 15.3년이라는 통계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나가수’는 가요계에서 충분히 내공을 닦은 고수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다. 사실 출연 가수들의 성적을 매긴다는 것 역시 부질없는 짓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난해 ‘나가수’가 보여준 가요계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가수 개개인의 실력이 아닌 ‘나가수’를 통해 불러일으킨 화제성과 그 여파를 중심으로 한 성적표는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나가수’ 청중평가단 점수, ‘나가수’를 통한 이미지 변화(인지도 상승 등), ‘나가수’ 출연이 이후 연예계 활동에 미친 영향 등 세 개 영역으로 나눠 출연 가수 각각의 점수를 계산해 성적을 산출해봤다.
가장 높은 성적인 A+를 받은 출연 가수는 김범수, 박정현, 자우림, YB, 임재범 등이다. 첫 회부터 출연한 ‘개국공신’으로 최초의 ‘명예졸업생’인 김범수와 박정현은 ‘나가수’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방송 첫 회에서 “내 노래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나가수’에 출연했다”는 다짐을 밝힌 김범수는 ‘나가수’를 통해 가창력은 물론이고 비주얼까지 각광받으며 스타로 등극했다. 박정현 역시 미국 생활을 오래해 팬들과 일정 부분 거리감이 있었던 부분을 완벽히 해소했으며 이후 <위대한 탄생>에 ‘멘토’로 출연하기도 했다.
임재범은 몸이 아파 자진 중도하차하면서 출연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여러분’ 등의 노래를 통해 최고의 화제를 불러 모았다. MBC 예능국에서도 임재범 출연 당시가 ‘나가수’의 절정기였다는 평이 지배적일 정도다. 특히 잦은 도피, 폭행설 등의 구설수 범벅이던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고 성적을 받은 김범수, 박정현, 자우림, YB, 임재범 등은 ‘나가수’ 출연으로 인해 수십억 원대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출연료 및 음원 수익을 비롯해 이미 최고 수준이던 공연 개런티가 더 올랐으며 공연 의뢰도 급증했다. 게다가 CF 출연도 줄을 이었다. 특히 임재범의 경우 전국투어 콘서트, 새 음반 발매 등 2011년 하반기에 가수 활동을 집중하면서 100억 원대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김연우 |
‘나가수’ 출연 이전 인지도와 인기를 감안할 때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둔 가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미국 유학까지 포기하고 귀국해 ‘나가수’에 출연했지만 첫 라운드에서 바로 탈락한 조규찬이다. 박선주와 함께 가장 정확한 노래를 부른다는 평을 받아왔던 조규찬인지라 가요계의 충격은 더욱 컸다. tvN <오페라스타>에서 1위에 오르며 가창력을 인정받았던 테이 역시 첫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최고의 실력파 가수로 큰 인기를 누리던 조규찬 테이 김연우 등이 청중평가단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나가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가요관계자는 “청중평가단의 현장 투표가 당락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실력파보다는 현장 분위기를 휘어잡는 가수가 우선됐다”면서 “감미로운 발라드 가수보다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는 가수들이 ‘나가수’에서 매번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 바로 그런 이유”라고 설명한다.
아무래도 TV 프로그램이다 보니 시청률이 가수 개개인의 성적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가수’가 한창 인기를 누리던 초반부에 출연한 가수들은 조기탈락을 했을지라도 ‘나가수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제대로 누렸다. 반면 후반기에 출연한 가수들은 ‘나가수 출연 중’이라는 이름표를 달고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적우가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대부분 그의 과거 이력을 두고 네티즌 사이에 오간 논란들이었다. 윤민수의 경우 명예졸업을 하며 ‘나가수’ 청중평가단 점수를 높게 받았지만 이미지 변화와 연예계 활동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전반기 출연 가수들 가운데 조기 탈락한 정엽이나 김연우가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윤민수, 김경호, 박완규, 장혜진, 바비킴 등이 ‘나가수’ 전반기에 출연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을 수 있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어느 시점에 합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얘기. 그만큼 ‘나가수’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하는 가수들이 누가 될지에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