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의 나이로 연고 하나 없는 서울로 무작정 올라와 노량진 고시원에서 숙식을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고유미. 지난 2006년 드라마 <황진이>로 데뷔해 <아내의 유혹> <반짝반짝 빛나는> 등의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아직 그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제 캐릭터는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내의 유혹>에선 김서형 선배의 비서 겸 뷰티숍 실장으로 출연해 각종 음모를 도왔고, <반짝반짝 빛나는>에선 출판사 여직원 세 명 가운데 사투리 쓰는 코믹한 역할이었어요.”
고유미의 장점은 단아한 얼굴과 편안한 미소다. 이로 인해 그는 CF 업계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그렇지만 배우로서는 이런 장점이 단점이 됐다. 단아한 얼굴로 인해 비서 역할 등으로 자주 출연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캐릭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반짝반짝 빛나는>의 차수영 역할로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감독님이 전혀 사투리를 쓰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의 여배우를 찾았다는데 제가 딱이었던 거죠. 늘 단아한 역할만 맡다 코믹 연기는 처음이었는데 너무 즐겁게 촬영했어요.”
고유미의 특기는 액션이다. 출중한 액션 연기를 바탕으로 드라마 <포세이돈>에 여성 해경 역할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8년 전부터 특공무술을 배웠고 2년 전부터는 액션연기를 배우고 있다.
“다른 여배우들과는 다른 특기를 갖고 싶어 몸치임에도 불구하고 특공무술을 배웠어요. 운동이 돼서 건강해지기도 하고 연기에도 도움이 돼 너무 좋아요. 그 뒤로 한국무용, 방송 댄스, 승마, 수영, 보컬 트레이닝 등을 꾸준히 배우고 있어요.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라도 그 기회를 붙잡기 위해선 이것저것 많이 배워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방송 댄스와 보컬 트레이닝까지 받았다면 가수 전업을 준비하는 것일까. 그렇지만 고유미는 자신을 음치라고 말한다. 워낙 음치라 보컬 트레이닝을 통해 노래도 기본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배우기 시작했다고. 배우의 꿈을 키우며 무작정 상경했던 스물한 살 배우지망생이 이제는 준비된 배우로 성장한 셈이다.
“언제 뜰 거냐, 언제 스타가 될 거냐는 질문이 가장 싫어요. 사실 데뷔한 지 6년이나 됐지만 낯이 익다는 소린 들어도 제가 배우라고, 제 이름을 기억해주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내가 출연한 작품은 다들 기억하시고 제 역할도 잊지 않으신 분들이 많아요. 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비록 큰 비중의 배우는 아닐지라도 없어서는 안 될 배우로 꾸준히 활동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배우가 되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니까요.”
글=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