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제작발표회에서 남자 주인공 ‘이훤’ 역을 맡은 김수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제공=MBC |
요즘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이 시청률 40% 벽까지 넘으며 ‘국민 드라마’ 반열을 향해 매진 중이다. “대표작이 생긴 뒤 2세를 낳을 것”이라던 한가인은 이제 ‘출산의 기회(?)’를 얻게 됐고, 김수현은 신드롬을 양산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주연 배우 모두 처음부터 <해품달> 멤버는 아니었다.
<해품달> 기획 단계인 지난해 5~6월 즈음에 거론된 주연배우는 문근영과 주원이었다. 애초부터 ‘연우’ 역할의 여주인공에 더 중점을 뒀던 제작진은 문근영 카드를 확보한 뒤 상대역 캐스팅에 나섰다. 실제 지난해 6월 문근영이 <해품달>에 출연한다는 기사까지 나왔지만 문근영 측은 캐스팅 확정은 아니라고 해명했었다.
한편 남자 주인공 ‘이훤’ 역할에는 같은 원작자의 소설을 소재로 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출신의 박유천과 송중기, 그리고 박시후 등이 물망에 올랐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김도훈 PD가 드라마 <일지매>에서 열연한 아역 여진구와 김유정을 가장 먼저 캐스팅 물망에 올렸는데 같은 작품에 출연한 박시후 역시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면서 “그렇지만 대부분 일정이 맞지 않는 등의 이유로 모두 출연이 무산됐다”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창 주목받고 있던 신예 주원 카드가 급부상했다.
가을에 접어들어 MBC와의 편성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연예계에 <해품달>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캐스팅 작업과 함께 매니저들 사이에 <해품달> 대본이 돌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이 증폭된 것.
2011년 10월 24일 MBC가 <해품달> 편성을 확정했다. 그리고 며칠 뒤 여주인공으로 한가인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아무래도 여주인공에 더 중점을 둔 드라마인 만큼 한가인을 먼저 발표했고 보름 정도 지난 11월 11일 김수현이 남자 주인공임을 발표했다.
여주인공이 문근영에서 한가인으로 바뀐 까닭은 무엇일까. 문근영 측은 “캐릭터가 다소 밋밋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문근영 하차 이유가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김수현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 배경에는 문근영의 소속사인 나무액터스와 김수현의 관계가 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2009년 연말 ‘김수현 쟁탈전’이 벌어졌을 당시 몇몇 대형 연예기획사가 김수현과 전속계약 직전 상황까지 진행됐었다”라며 “그러던 김수현이 배용준의 키이스트로 옮겨가자 계약 직전에 김수현을 놓친 몇몇 대형 연예기획사가 많이 아쉬워했는데 그 가운데 한 곳이 나무액터스였다”라고 설명한다. 그때의 아쉬움으로 인해 나무액터스와 김수현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는 것. 김수현의 등장이 문근영 하차의 결정적 원인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영향은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문근영 측은 “하차와 김수현은 무관하다”면서 “우리 회사와 김수현은 지금도 친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현의 등장은 다른 캐스팅에도 영향을 줬다. 우선 중전 ‘보경’ 역할로 같은 키이스트 소속의 김민서가 캐스팅됐다. 한편 애초 ‘이훤’이 유력했던 주원은 대신 ‘양명’으로 캐스팅됐다. 그렇지만 <오작교 형제들>이 연장 방영을 결정하면서 주원 대신 정일우가 캐스팅됐다. 이 과정에도 뒷얘기가 있다. 한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드라마국 내에서 왜 KBS가 키운 주원을 써야 하느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연장 소식이 알려지자 바로 교체됐다”면서 “이미 MBC 내부에서 정일우를 쓰자는 얘기가 있었던 터라 바로 기회가 돌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다.
이처럼 연예기획사끼리의 관계, 연예기획사와 특정 연예인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캐스팅이 틀어지는 경우는 빈번하다. 아예 캐스팅 과정부터 ‘누구누구는 상대역으로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불편한 관계로 인해 방송국 편성까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해품달>에 앞서 드라마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SBS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대표적인 경우다. <선덕여왕>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투입된 <뿌리 깊은 나무>는 지난 2010년 11월 MBC를 통해 2011년 상반기에 방영되는 것으로 편성이 확정됐다. 그렇지만 <뿌리 깊은 나무>는 MBC를 떠나 SBS에서 방영됐으며 방영 시점 역시 2011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바뀌었다. 이를 두고 연예관계자들은 ‘재범 효과’라고 설명한다.
<뿌리깊은 나무>의 제작사인 싸이더스HQ와 전속 계약을 맺은 재범은 전 소속사 JYP와의 관계로 인해 방송 활동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싸이더스HQ가 <뿌리깊은 나무>를 MBC에서 방영하는 조건으로 재범의 MBC 예능 프로그램 촬영 보장을 요구했지만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MBC 방영이 무산됐다”고 설명한다.
비슷한 시점에 캐스팅 작업이 이뤄졌던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남자 주인공으로 장혁이 캐스팅되면서 천재음악가 ‘썬’ 역할로 같은 소속사 재범이 거론됐지만 SBS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장혁까지 하차했다는 것. 결국 장혁 대신 현빈, 재범 대신 이종석이 캐스팅됐고 둘 다 스타덤에 올랐다. 이종석은 물론이고 현빈 여동생 역할로 출연한 최윤소 등이 하지원과 같은 소속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