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호대교의 화려한 불빛과 어우러진 속초항의 야경이 아름답다. |
속초시 청호동. 속초항과 청초호를 연결하는 수로의 중간부분에 자리한 자그마한 어촌. 속칭 아바이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2000년 방영됐던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이 되면서 속초의 관광명소가 됐다. 함경도 실향민 1세대는 거의 사망했고, 도시로 떠나지 않고 남은 2세대와 3세대가 호롱불 같은 농촌 지키듯 공동체를 꾸려가는 마을이다. 어업종사자들이 특히 많지만, 식당도 작은 마을답지 않게 수두룩하다. 대부분 순대와 냉면 따위를 파는 집이다. 이 마을의 순대는 속초식으로 특화된 아바이순대다. 돼지 대창에 찹쌀과 선지, 배추, 숙주, 파 따위를 꾹꾹 눌러 담는 전통의 아바이순대가 아니다. 구하기 어려운 돼지 대창 대신 속초에서는 흔하디흔한 오징어를 이용해 소를 담았다. 냉면은 역시 함경도식 비빔냉면이다. 매콤새콤한 것이 생각만 해도 입맛이 당긴다.
여행객들은 갯배를 타고 이 마을에 들어온다. 3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거룻배다. 아바이마을과 중앙동나루터를 수시로 오간다. 속초항에서 청초호로 이어지는 수로가 두 마을 사이에 놓여 있다. 폭이 약 50m 정도 된다. 조양동을 경유해서 육로로 아바이마을에 들어갈 수 있으나 청초호를 한 바퀴 돌다시피 해야 한다. 무려 5㎞나 되는 거리다. 이런 이유로 갯배는 오랜 세월 동안 아바이마을 사람들의 발이 되어 왔다. 그 갯배가 이제 어엿한 관광상품이 되었는데 그 요금은 편도 200원이다. 갯배에 오르면 손님이 왕이랍시고 유세를 떨면 안 된다. 쇠줄에 고리를 걸어서 잡아당겨야지만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것이 이 갯배에서의 예의다.
갯배를 타고 들어가서 마을을 훌쩍 한 바퀴 둘러보고, 순대나 냉면으로 허기를 달래면 대충의 일정이 끝난다. 그러나 만약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시간에 이 마을을 방문한다면 한 가지 할 게 더 남았다. 속초항과 청초호의 야경을 감상하고 나오는 것이다. 포인트는 청호대교다. 다리 위와 아래에서 바라보는 야경 모두 좋다. 위에서는 수로 너머 속초항 야경이 일품이고, 아래에서는 청초호 방면 야경이 그림 같다. 특히 다리를 올려다보며 그 뒤편 청초호의 모습을 담아낼 때가 가장 아름답다. 청호대교 하단으로 최근 수로공사가 마무리됐는데, 그 이전에는 조양동과 아바이마을을 연결하는 육로의 중간 지점에서 야경을 감상하기가 좋았다. 지금은 그 때보다 조금 못 한 편이다.
김동옥 여행작가 tour@ilyo.co.kr
▲문의: 속초시 관광과 033-639-2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