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원장이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두 차례 공개 행보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안철수 원장은 최근 들어 두 차례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일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 현장을 찾은 데 이어 불과 일주일여 만인 12일에는 공개적으로 MBC 파업 지지 발언을 내놓은 것. 한동안 정치 현안에 대해 입을 닫았던 안 원장이 집회 현장에 직접 방문한 것이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면서도 MBC 노조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사 파업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전한 것 모두 이례적이고 ‘정치적인’ 행보였다.
안 원장의 한 측근은 “안 원장은 평소 소신 있는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선 주저함이 없다. 이번에도 자신의 소신에 따라 움직인 것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안 원장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들은 그의 행보를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있진 않는 분위기다.
안철수 원장은 왜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이 시점에 공개 행보에 두 차례나 나선 것일까. 한 정치컨설턴트는 “안철수 원장의 그동안의 행보를 돌이켜 보면 비정치적인 외적 이미지와는 달리 고도의 정치 전략이 담겨 있었다. 자기 전문분야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매우 영리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총선이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입장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정치적 이슈에 대해 발언을 내놓는 것은 대중의 관심권 밖으로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최근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은 지난해 10·26 재보선을 기점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1, 2위 다툼을 벌였던 데 이어 이후 차츰 하락세를 보였다. 안철수 원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로는 거의 답보 상태를 이어왔다. 더구나 총선 정국에서 각종 정치 이슈에 밀려 안철수 원장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안 원장 본인도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원장이 ‘정치권 외곽’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여전히 그를 매력적 존재로 보이게 하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같은 ‘야권주자’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안 원장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 새누리당의 한 선거 전략가는 “우리는 안철수 원장을 ‘언제든 손잡을 수 있는 상대’로 인식하고 있다. 안 원장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제3지대’에 머무르는 한 그에 대한 호감도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여기에 안 원장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의 정치컨설턴트는 “안 원장이 총선 이후 여든 야든 ‘현실정치’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상대진영으로부터 공격받게 될 것이 분명할 것이다. 총선 정국에서 어떤 형태의 정치 참여를 할지 그 방법이 중요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우선 안철수 원장은 보수권 쪽의 주된 이슈였던 탈북자 문제와 진보 진영에서 주도적으로 다루고 있는 방송사 보도 침해 문제에 대해 넘나들며 지지 발언을 하는 ‘영리함’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여의도의 한 선거 전략가는 “두 문제 모두 총선 정국의 중요한 이슈로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안이었다. 사안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안 원장의 지론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신념을 드러내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총선에 뛰어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도 안철수 원장을 ‘움직이게’ 한 한 가지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는 문재인 고문은 새누리당의 손수조 후보와 최근 지지율 차이가 줄어들고 있어 예상외의 난관을 맞이하고 있다. 만약 안철수 원장이 총선 직전 문재인 고문 지지발언 등의 형태로 힘을 실어준다면 ‘제2의 박원순 지원효과’를 얻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서울시장 선거 초반 당선 가능성이 낮았던 박원순 시장을 당선시킨 힘은 안철수 원장의 출마 포기와 지지발언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그때처럼 극적인 효과는 없겠지만 그동안 정치행보를 하지 않았던 안철수 원장이 문재인 고문과 같은 상징성이 큰 후보를 공개지지 한다면 분명 총선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문재인 고문이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격차가 크지 않을 땐, 대선주자 경쟁판도도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문재인 고문이 5~10% 내외의 기대보다 적은 표차로 당선될 경우 오히려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원장이 총선에서 문재인 고문을 지원하고 총선 이후 본격 정치 행보에 나선다면 ‘안철수 대안론’이 다시 급부상할 수도 있다. 이는 ‘총선 불출마, 대선 직행’이라는 안 원장의 시나리오에 가장 부합하는 선거구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정작 ‘안’은 바깥에…
총선이 다가오며 각종 정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와중에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정당들이 잇달아 출현하고 있다.
우선 안 원장이 열었던 ‘청춘콘서트’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20~30대 젊은 층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청년당’이 지난 13일 창당대회를 열고 이번 총선에서 후보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이와 별도로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이들이 만든 ‘제3신당’에 안 원장의 지지조직인 ‘나철수 연대’와 장애인단체 전국회원들이 입당한 상태다. 정통민주당과 합당 선언을 한 ‘제3신당’ 역시 “안철수 원장의 가치와 정신을 본받아 젊은 정치문화를 이끄는데 일조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은 자신을 지지하는 정당 출현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13일 청년당 창당식에도 안 원장이 아닌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고, 안 원장 측은 “나와 전혀 관계없는 조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안 원장이 본격 정치행보에 나서게 되면 지지세를 규합해 세력을 확장해 가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2의 친박연대와 같은 조직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보이고 있어 향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