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경 부사장이 색조전문 브랜드 ‘비디비치’ 인수를 통해 화장품 사업에 본격 나선다. |
▲ 정유경 부사장. |
사실 SI의 화장품 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슈에무라’ 등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화장품 사업을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과거 화장품 사업이 수입·판매에 국한된 것에 비해 이번에는 제조부터 유통, 판매까지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 김해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가 “화장품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외 업체와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업계에서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SI는 주변의 높은 관심에도 아랑곳 않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볼 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SI 관계자는 “비디비치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화장품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른 브랜드와의 진행상황 역시 전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SI의 한 직원도 “회사에서 화장품 사업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없다. 언론에 보도가 나고서야 알았던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SI의 화장품 사업 진출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지난 5년 동안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매년 10%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업에 비해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라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특히 중가 화장품의 경우 합리적인 가격과 고가 브랜드 못지않은 품질로 주목받고 있어 기대치가 높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라는 양대 산맥이 화장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SI의 계획대로 손쉽게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현재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연매출 2조, 1조 원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화장품 사업이 누구나 탐내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으며 실제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많아 예상치 않은 경쟁자를 만나는 등 변수가 많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소망화장품을 인수해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KT&G의 경우 최근 면세점까지 진출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방화장품 ‘동인비’의 경우 론칭 석 달 만에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1999년 코리아나화장품 지분을 매각하고 2010년 ‘리엔케이’로 국내 화장품 사업을 재개한 웅진코웨이 역시 당초 목표(600억)보다 높은 682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중이다. 이뿐 아니라 풀무원건강생활이 ‘키즈웰’을, 유한킴벌리가 ‘베베 드 포레’를, 제약기업인 한국츠카제약이 남성화장품 브랜드 ‘우르오스’를 론칭하며 신생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LG생활건강이 색조화장품 강화를 위해 ‘보브’를 인수한 것처럼 선두업체들도 사업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한 유통 전문가는 “SI의 포지셔닝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고가 브랜드의 경우 지나치게 비싼 가격과 원가 논란이 일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섰던 만큼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또 저가 시장 역시 10년 이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가 많아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달 한 시대를 풍미하던 나드리화장품이 경영난에 시달려오다 최종 부도처리가 됐는데 이는 화장품 시장에서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음을 보여준다”고 보탰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