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에서 만나 절친이 된 강성범(오른쪽)과 하정우. 하정우의 주연작 <러브픽션>은 강성범이 아이디어를 준 대사가 깨알 재미를 선사한다고 한다. |
국민MC 유재석은 공익근무요원제도가 도입되기 직전 단기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이른바 ‘마지막 방위’다. 이런 유재석에게도 엄연히 전우들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에는 아직도 잊지 못 하는 애증의 전우가 한 명 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배우 이정재.
▲ 유재석과 이정재. |
그러나 유재석은 무명 스트레스도 함께 받아야 했다. 출근과 동시에 수백 장의 사인지를 받는 이정재를 옆에서 지켜보며 자격지심에 시달려야했던 것. 출퇴근 시 홀수 날은 유재석, 짝수 날은 이정재가 각각 차로 출퇴근하자는 약속은 이정재의 숙취(?) 등으로 인해 번번이 깨지곤 했다. 어느덧 유재석은 마치 자신의 신세가 이정재의 매니저 같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퇴근 후 함께 나이트클럽도 다녔다는 두 사람의 우정은 유재석의 무명 스트레스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 둘이 함께 소집해제를 명 받던 날 말없이 헤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소원하게 끝난 관계였지만 둘은 시간이 흐른 지금 예능 프로그램에서 반갑게 전화 통화를 나누는 등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있다.
최근 영화 <러브픽션>으로 멜로 연기에 도전한 영화배우 하정우는 영화 속 대사 일부가 자신의 군 시절 고참의 아이디어라고 밝힌 바 있다. 제대하고 10여 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군대 고참은 바로 개그맨 강성범. 대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두 사람은 군에서도 강성범이 3개월 고참으로 또 한 번의 연을 맺게 된다.
개그맨인 터라 전군 위문공연을 펼치는 <위문열차> MC를 맡은 강성범. 어느 날 후임으로 풋내기 배우 하정우가 들어오자 강성범은 그에게 <위문열차> MC를 함께 맡을 것을 권했다. 고참의 명령이었는데 하정우는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사정상 한두 번 정도는 MC를 볼 수 있지만, 자신은 배우이기 때문에 군 홍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것의 하정우의 입장이었다. 결국 한번만 해보자며 후임 하정우를 데려간 강성범. 두 사람의 MC 호흡은 매우 훌륭했고, 하정우는 부대로 복귀하는 버스 안에서 강성범에게 위문열차 MC를 앞으로도 쭉 함께하겠다는 맹세를 하게 된다. 하정우가 쉽게 자존심을 굽힌 이유는 군인 노래자랑 정도로 생각한 <위문열차>에 당시 아이돌 여가수들이 총출동했기 때문.
두 사람은 이후 동티모르 행사에 함께 파견되는 등 그 누구보다 남다른 전우애를 자랑했다. 당시 동티모르로 향하는 배안에서 하정우의 도움으로 강성범의 히트작 ‘수다맨’이 탄생한 것은 개그계에 잘 알려진 일화다. 당시의 고마움 때문일까. 강성범은 최근 하정우의 영화 <러브픽션> 촬영 당시 수차례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 회의를 했고 이 과정에서 빵빵 터지는 영화 대사가 탄생했다. 두 사람의 남부러울 것 없는 우정. 그러나 강성범에게도 고충은 있다고 한다. 톱 배우 하정우를 군 후임으로 둔 덕에 주위의 부러움을 샀지만, 제 아무리 돈 잘 버는 하정우를 만나 술을 마신다한들 늘 계산은 자신의 몫이라는 것. 한번 고참은 영원한 고참이라는 말과 함께 계산서를 내미는 하정우가 그렇게 얄밉다고 한다.
군에 입대한 연예인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방홍보원으로 차출돼 이른바 연예사병으로 복무한다. 이곳에서 연예계 생활 당시 친분이 없던 동료들과 선후임으로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맺는 이들도 상당수다.
▲ 토니 안과 김재덕. |
반면 자신의 부대원들과 정이 들어 연예사병 차출을 꺼리는 연예인들도 많다. 2010년 현역입대한 배우 정경호는 현재 국방홍보원이 아닌 육군 제3군사령부 근무지원단 군악대에서 복무 중이다. 그는 입대 전부터 연예병사에 대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입대 당시 국방홍보원에는 정경호와 함께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출연한 이준기, 이동건, 이동욱 등이 소속돼 있었다. 친한 형들과 함께 군 생활을 한다면 몸도 마음도 편했겠지만, 그는 자신에게 전우애를 몸소 가르쳐준 부대원들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정경호는 가장 절친한 전우로 지금은 제대했지만 SBS <웃찾사> 출신의 무명 개그맨 양상협을 꼽는다. 자신을 일반병사로서 혹독하게 대한 선임이 바로 그였다는 것. 정경호는 올 가을 제대를 앞두고 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