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심형래가 <디워> 언론시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
심형래가 <디워2> 제작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구아트 폐업설이 나돈 직후 칩거에 돌입한 심형래는 종편 채널 JTBC와 단 한 번의 인터뷰를 가져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전 직원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설명한 (도박설만 일부 인정. 나머지 의혹은 대부분 부인) 심형래는 “<디워2>와 <추억의 붕어빵>을 준비 중인데 반드시 재기에 성공해 영구아트 직원들을 불러 모아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서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이 발언은 심형래가 밝힌 각오일 뿐, 현실성 있는 큰 사안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언급을 했다. 지난달 23일 영구아트 전 직원들의 임금체불 혐의 항소심 공판에 참석한 심형래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 이 자리에서 심형래는 “<디워2>를 11월에 개봉하려 CJ엔터테인먼트(CJ)와 최근에 만나 논의했다”며 “세 명의 투자자가 도와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디워2>의 개봉은 단순한 계획이 아닌 8개월여 앞으로 임박한 현실이다.
CJ 측은 당장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우선 심형래와 <디워2> 제작과 관련된 논의를 한 부분은 인정했다. 반면 만난 시점이 ‘최근’(심형래 주장)과 ‘지난해’(CJ 측 주장)로 달랐고, 구체적인 계획도 ‘올 11월 개봉’(심형래 주장)과 ‘결정된 사안 없이 잠정 보류된 상황’(CJ 측 주장)으로 큰 차이가 났다.
과연 심형래가 현재의 사업 위기를 극복하고 영화 <디워2>를 제작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나흘 뒤인 지난달 27일 심형래에게 또 다른 악재가 불거졌다. ‘임금체불 혐의 공판’에서 심형래는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없다며 국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영구아트와 심형래를 상대로 제기한 대출금 청구 소송에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1심 승소, 2심 패소 상황에서 대법원 최종심을 앞두고 비장의 ‘강금실 카드’를 꺼냈던 것. 그럼에도 대법원은 스위스저축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영구아트와 심형래한테는 이번 패소가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영구아트 사무실 부지를 비롯해 담보로 설정돼 있던 심형래의 개인 부동산들이 모두 경매 대상이 됐지만 이것으로도 기존 대출금을 모두 해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패소로 26억 원의 채무가 더해졌다.
현실적으로 현재 영구아트의 상황은 영화 <디워2>의 제작이 불가능해 보인다. 작업을 할 사무실 부지는 이미 경매로 넘어갔으며 대출금은커녕 8억여 원의 전 직원 체불 임금과 퇴직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디워>의 순제작비가 300억 원, 총제작비는 700억 원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디워2>의 제작을 위해선 다시 수백억 원대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제작 기간도 터무니없이 짧다. <디워>가 7년여의 제작기간이 걸린 데 반해 <디워2>는 7개월여의 짧은 기간 안에 제작을 모두 마치고 개봉까지 해야 한다. 게다가 축적된 영구아트의 기술을 갖고 있는 40여 명의 직원도 모두 회사를 떠난 상황이다. 행여 투자 받는 데 성공할지라도 심형래 혼자 영화를 만들 순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영구아트 전 직원 가운데 일부는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전 직원은 “언론 대응은 몇몇 직원과 이미 그만둔 직원이 주도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라며 “사장님(심형래) 측으로부터 다시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흔들리는 직원들도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이즈음부터 심형래는 이미 <디워2> 제작에 돌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해당 직원은 이번엔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심형래 측과 등을 돌린 전 직원들은 어떤 입장일까.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전 직원은 “직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힘겹고 어려워도 한국형 SF에 대한 꿈으로 버텨왔는데 사장님이 미국에서 현지 스태프와 함께 <라스트 갓 파더>를 찍는 동안 직원들은 한국에 방치돼 있었다. 그런데 차기작이 또 SF가 아닌 코미디라는 얘기에 동요가 컸다”면서 “<디워2>를 만든다면 다시 모여들 직원들이 있을 것이다. <라스트 갓 파더> 제작 동안에도 한국에 남겨진 미술팀은 <추억의 붕어빵> 미니어처를 만들었고 CG 팀 등은 <디워2>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작업이 이뤄져 왔으며 현재도 물밑에선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디워>의 부풀리기 홍보의 관례에 따르면 제작기간은 <디워>를 개봉한 2007년부터 5년여가 되고 제작비는 <디워>의 총제작비에서 순제작비를 뺀 400억 원에 이번에 들어가는 순제작비가 더해진 금액이 된다. <디워2>는 벌써 ‘제작기간 5+α년, 제작비 400억+α원’의 영화라는 위용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벼랑 끝에 몰린 영구아트 상황을 어떻게 응급조치라도 한 뒤 투자를 받아서 영화를 제작하느냐의 여부다. 이미 수백억 원대의 투자를 여러 번 유치해낸 심형래는 “3명의 투자자들이 도와주기로 했고 미국과 중국에서 <디워2>에 관심이 많아 최대한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과연 심형래가 위기를 극복하고 <디워2>를 통해 재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심형래가 영구아트를 이끌어 오면서 투자와 제작비 지출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