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금융당국은 통제의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를 잘 이행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분이 지휘봉을 잡고 해당 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며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분이 운용한다고 판단되면 감독 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밖에 없다. 운영이나 통제의 관점에서 적정한지 아닌지에 대해서 (금감원이)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발언했다.
공교롭게도 이 원장의 발언 이후 연임을 노렸던 금융사 회장들이 모두 포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용퇴는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조용병 회장은 신한금융의 사상 최대 실적을 계속 달성하며 3연임이 유력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 내부적으로도 용퇴 하루 전까지만 해도 조용병 회장의 연임이 유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은 라임사태와 관련해 경징계인 ‘주의’를 받은 바 있다. 금융회사 임원은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권 취업이 3~5년간 제한된다. 조용병 회장은 가장 낮은 징계를 받아 연임에 문제가 없었다. 금융업계 일부에서 조용병 회장이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 등에 스스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용퇴 당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로 직원들이 징계도 많이 받고 회사를 나가기도 했다. 나도 제재심에서 주의를 받았지만 사모펀드와 관련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에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에 변화를 주는 게 맞다”고 밝혔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사 CEO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과 그에 따른 당사자들의 행보를 손태승 회장이 고려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연임에 나서면서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손태승 회장이 설사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재임 기간 동안 금융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고는 예상 가능하다. 이를 이겨내고 대형 금융사를 향후 몇 년간 이끌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직에도 관료 출신이 오를 가능성은 적다고 점쳐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1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롱리스트에는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포함됐다. 다만 손태승 회장이 용퇴 이유로 ‘세대교체’를 언급한 만큼 손태승 회장과 같은 1959년생인 임 전 위원장이 리스트에 포함될 경우 반발이 예상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처음에는 관치 금융 논란이 상당히 불거졌으나 금융사들 차기 회장들이 내부 인사로 채워지는 걸 보면 관치라 하기 힘든 것 같다”며 “심지어 관료 출신을 내정해도 할 말이 없는 기업은행장에도 내부 출신이 새로 취임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여부가 관건이다. 윤종규 회장은 2014년 취임해 3 연임 중이다. KB금융은 만 70세까지 회장 연임이 가능하다. 현재 만 67세인 윤 회장은 한 번 더 기회가 있다. 벌써부터 금융당국의 용퇴 압박이 윤종규 회장에게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종규 회장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본인을 포함시켜 ‘셀프 연임’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2018년에는 종손녀 채용 비리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