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연은 ‘꺾기도’에 출연해 그동안 숨겨온 개그 본능을 드러냈다. KBS 화면 캡처 |
<개콘>의 빛나는 카메오 열전 속에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섭외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숨어있다. 홍보만을 위한 출연은 가급적 배제한 채 개그맨들과 함께 즐기며 콩트가 가능한 스타를 찾기 위해 제작진과 개그맨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발레리노’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개그맨 박성광은 “소위 말해 코너가 물이 빠질 때가 되면 게스트로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섭외에 대한 강박관념을 느낀다”며 “YTN 뉴스앵커에게 생방송 도중 섭외를 요청했다 거절당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개콘>에는 평소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기 힘든 명품 배우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특집에는 최명길이 ‘생활의 발견’ 코너에 깜짝 출연했으며 이보다 앞선 600회 특집 때는 같은 코너에 김상경이, ‘감수성’ 코너엔 이원종이 출연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중견배우 김영철까지 ‘생활의 발견’에 출연해 ‘레알’ ‘지못미’ 등의 단어를 써가며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 강호동이 <개콘> 400회 특집 ‘대화가 필요해’에서 연기를 펼치는 모습. 사진제공=KBS |
잠정 은퇴 중인 국민MC 강호동 또한 <개콘>에 출연해 포복절도할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007년 <개콘> 400회 특집에서 그는 당시 최고 인기 코너 ‘대화가 필요해’에 깜짝 출연했다. 예능 MC로 활발히 활동하던 그였지만 개그 프로그램 출연은 수년 만이었기에 동료 개그맨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그의 깜짝 출연을 무척 기대했었다. 결과는 대성공. 시청자들은 그의 뻔뻔하고도 능청스런 코미디 연기에 박수를 보냈고 현장의 방청객들 또한 기립박수를 보냈을 정도다.
그렇지만 함께 연기했던 개그맨들의 반응은 달랐다. ‘대화가 필요해’에서 ‘아들’ 역으로 출연했던 장동민은 “당시 강호동의 출연 때문에 녹화를 모두 망칠 뻔했다”며 웃지 못 할 비하인드스토리를 들려줬다. 이유인즉 강호동에게 미리 보낸 대본에는 강호동의 캐릭터가 ‘험악한 표정의 경상도 출신 중국집 배달원’이었으나, 강호동은 녹화가 시작되자 대사를 모두 잊어버린 채 민망함에 소리 내서 웃기만 했다는 것. 결국 동료 개그맨들의 애드리브와 강호동의 애드리브를 섞어 원래 대본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녹화가 전개됐다.
장동민은 “당시 (강)호동 형님이 공개 코미디는 생애 첫 녹화라 긴장했었다”며 “천하의 강호동도 긴장을 하는구나 새삼 놀랐다”는 후일담을 들려줬다.
▲ ‘감수성’에 출연한 이원종(왼쪽)과 ‘생활의 발견’에 출연한 김영철. |
그의 출연은 제작진의 섭외 노력 없이 무척 수월했다고 한다. 본인이 먼저 출연 의사를 타진해온 것. 김소연은 조카가 ‘꺾기도’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면 <개콘>부터 나가겠다’고 마음먹었었다고 한다. 그는 출연을 위해 직접 대본을 쓰고 수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마보이~’를 두 번씩 한다든가, ‘신사임당’ ‘태연에간디’ 등의 순서를 바꿔가며 웃음 강약까지 조절해 나간 것 등이 모두 김소연의 아이디어였다. 함께 출연한 개그맨 홍인규는 “매주 스타들이 등장하지만 리허설도 생략한 채 성의 없게 홍보에만 열중하는 스타들도 더러 있다”라며 “김소연은 리허설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제작진은 물론 개그맨들에게 감동을 줄 정도였다”고 전했다.
‘왕비호’ 윤형빈이 한창 독설을 날리던 시절엔 어김없이 매주 스타들이 방청석에 앉아있다. 윤형빈은 “당시 스타들의 출연을 위해 초반에는 직접 대본도 쓰고 섭외에도 나섰으나 캐릭터가 인기를 얻자 최대 3개월가량의 섭외가 미리 끝났을 정도였다”고 말다.
윤형빈이 손꼽는 가장 꼴불견 게스트는 누구였을까? 그는 “수백 명의 게스트 모두 감사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꼴불견은 없었다”면서도 “스케줄 때문에 ‘왕비호’ 코너에만 잠깐 등장해 방청객에 앉았다가 서둘러 녹화장을 떠나는 스타들도 종종 있었다”고 귀띔해 주었다. 실제로 미남배우 A는 너무 늦게 녹화장에 온 탓에 다음 코너인 ‘봉숭아학당’의 녹화에 차질을 초래하기도 했다. 게다가 당당히 방청석 가장 앞으로 걸어 들어와 ‘왕비호’ 코너만 촬영한 뒤 다시 녹화장을 당당히 서서 걸어 나가 방청객들에게 원성이 드높기도 했다. 결국 A의 출연 모습은 통편집당해 방송에는 등장하지 못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