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화의 공연 모습. 14년 동안 크고 작은 갈등이많았지만 부모나 외부의 개입 없이 각 멤버들이 결정권을 갖고 해결해온 덕분에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다고. |
통상 아이돌 그룹의 해체는 원 소속사와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갈라서는 경우가 많다. 멤버마다 인기도가 차이나고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 결국 다른 소속사에 몸담게 되면 수익의 배분이나 활동 방향을 두고 대립하다 해체의 길을 걷곤 한다.
신화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신화컴퍼니’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 3월 이민우의 전역에 앞서 이미 신화 컴백의 수순을 밟아온 것. 신화컴퍼니는 에릭과 이민우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때문에 두 사람이 신화컴퍼니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화컴퍼니는 멤버 6명이 비용을 갹출해서 만들었다. 에릭과 이민우는 멤버들이 합의해서 추대한 대표일 뿐이다.
신화컴퍼니의 정은진 홍보팀장은 “멤버들이 리더인 에릭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다. 우스갯소리로 ‘모든 정산과 지출은 에릭에게 허락받는다’고 할 정도다. 경영 전반은 에릭이 주도하지만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모든 멤버들과 회의를 거친다”고 밝혔다.
신화컴퍼니는 오직 신화 활동만을 위한 회사다. 각 멤버들이 개별 소속사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신화 활동이 있을 때만 신화컴퍼니가 가동된다. 때문에 이 회사에는 매니지먼트 업무를 보는 직원을 따로 두지 않는다. 신화의 업무를 보조하는 VJ와 웹PD 등만 소속돼 있다. 하지만 신화컴퍼니는 이번 활동을 위한 일회성 회사는 아니다.
정은진 홍보팀장은 “신화컴퍼니는 반짝 활동에 그칠 회사가 아니다. 현재 ‘신화방송’ 등 공식 활동이 있기 때문에 신화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회사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출연료 등 정산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각 멤버들이 설립 당시 투자한 자본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주 직원이 부족한 신화컴퍼니의 업무는 각 멤버들의 소속사가 수행한다. 우선 에릭이 속한 탑클래스엔터테인먼트는 신화의 매니지먼트와 방송 홍보를 담당한다. 탑클래스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데뷔 초부터 신화의 매니저로 일해 온 터라 매니지먼트 업무에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 토크쇼 <승승장구>에 출연한 최장수 아이돌그룹 신화. 원년 멤버가 교체 없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다. |
이외에 전진이 몸담고 있는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는 신화의 해외공연을 진행한다. 이 회사는 아이돌 그룹 대국남아, X-5 등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현재 계획돼 있는 신화의 일본 대만 중국 등 공연도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 측 관계자는 “신화컴퍼니가 각 멤버들의 소속사에 대행을 주는 시스템이다. 각 회사가 가진 장점과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분업을 통해 효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장 아무개 대표가 소속사 연습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되면서 향후 신화의 해외 활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가 신화의 해외활동에 관한 초상권 및 앨범 라이선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경찰 수사 결과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화의 멤버들이 속해 있는 각 소속사 대표들은 지난 11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책회의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신화의 한 관계자는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외 콘서트는 이미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진행상에 걸림돌이 될 것은 없다. 이번 사건은 장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신화의 해외투어를 진행하던 직원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의 임원이 대리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신화 활동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4년을 함께 달려오며 신화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결국은 함께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각 멤버들이 자기 결정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화의 한 멤버는 “가족의 개입은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한다. 때문에 각 멤버의 부모들이 소속사와 직접 소통하며 크고 작은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한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부모들은 항상 자기 자식이 최고라고 여긴다. 때문에 인기가 높은 다른 멤버들만 CF를 찍거나 활동이 많은 것을 용납하지 못할 때가 많다. 얼마 전 유명 걸그룹 A가 갈등을 빚은 것도 결국 부모들의 지나친 간섭 때문이라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신화 멤버들은 철저하게 독립성을 유지해왔다. 각 멤버들이 욕설을 주고받고 주먹다짐을 벌여도 내부 문제는 자기들끼리 마무리 짓는다. 신화를 결성한 SM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지켜 온 이 철칙은 지금껏 신화가 존재하도록 만든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정은진 홍보팀장은 “각 멤버들은 철저하게 독립적이다. 부모뿐 아니라 외부 인사들의 개입이 전혀 없다. 멤버들끼리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일단 결정된 일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따른다. 뻔한 이야기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이 잘 지켜지기 때문에 신화가 존속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