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러 본업 복귀에 물류센터 자동화 영향…“열악한 노동 환경과 임금 수준이 가장 큰 원인” 지적
지난해 7월 쿠팡이 발행한 ‘2022 쿠팡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말 기준 6만 5772명을 고용했고, 2020‧2021년 2년 연속 국내 고용증가 1위 기업이기도 하다. 특히 해당 리포트에서 쿠팡은 지역사회‧청년‧여성 등 다양한 계층과 지역에서 고용을 강조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쿠팡의 청년고용자수는 2019년 9371명에서 2021년 2만 656명으로 184%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고용자수는 6595명에서 2만 85명으로 205% 증가했다.
하지만 쿠팡의 높은 퇴사율은 높은 고용율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지난 8일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460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 순고용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총 순고용 인원은 2만 2334명으로, 2021년 12월 말 국민연금 가입자(153만 5158명)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쳐 사실상 제자리 걸음 했다. 특히 유통업종의 순고용 인원 감소폭이 5377명으로 가장 컸다. 이 중 쿠팡의 순고용 인원이 4903명 줄어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순고용 인원이 줄어든 이유로 ‘CEO스코어’는 유통업종이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쿠팡의 경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계속 고용 인원을 늘려왔기 때문에 이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본업에 어려움을 겪고 투잡 형태 혹은 일시적으로 물류센터에 근무하거나 쿠친(쿠팡친구‧배송직원)에 뛰어든 사람이 많았다”며 “엔데믹으로 이런 사람들이 본업으로 돌아가거나 투잡을 그만둔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류센터 자동화 흐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로봇 등을 활용한 물류센터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고, 자연스럽게 쿠팡도 이 흐름에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이 영향으로 인력 감축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3월 대구 달성군에 AI를 활용한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했다. 사람이 일일이 주문 상품을 찾아 이동하는 대신 1000여 대의 무인운반로봇(AGV)이 물건을 나르고 소팅봇이 상품을 주문 배송지별로 분류해 옮기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쿠팡의 순고용 인원의 감소폭이 가장 큰 이유는 '근로조건 열악'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2018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쿠팡 부천 신선센터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강민정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사무국장은 “쿠팡 물류센터는 식사시간 외에 휴게시간이 1분도 없다. 8시간 근무 내내 쉴 수 없는 환경”이라며 “임금도 타 기업 물류센터에 비해 적기 때문에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에 따르면 올해 쿠팡물류센터 단기직 노동자의 시급은 9620원으로 전년 대비 1.2%(120원)밖에 오르지 않았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노동조건이 다른 곳에 비해 많이 안 좋아서 노동자들이 선호하지 않아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인센티브 제도가 있지만 그보다는 고용이 안정되고 일하고 싶은 일터가 먼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나 쿠친뿐 아니라 정규직이 대부분인 본사 분위기도 ‘오래 다니는 회사’라는 인식은 적은 걸로 안다”며 “헤드헌터들도 구직자에게 쿠팡을 제안할 때는 ‘현재 연봉에서 10% 인상은 맞춰줄 테니 (쿠팡에서) 몇 년 버티고 나와서 이직하면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돈을 많이 주는 만큼 업무 강도가 센 걸로 안다”고 전했다.
202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쿠팡의 물류창고 노동 환경 및 퇴사율 등에 대한 개선 요구가 나왔다. 당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자 10명 중 7명이 퇴사한다. 사람을 빠르게 바꿔치기하는 게 경영상 이익이 있냐”며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기 전에 일회용 휴지처럼 조금 쓰다 버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당시 이학영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일반(상용) 근로자는 2019년부터 2022년 6월까지 8만 4200명이 입사하고 6만여 명이 퇴사했다. 이에 대해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상시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계약직 갱신율을 85%가 넘도록 운영 중”이라고 반박했다.
쿠팡 관계자는 “순고용 통계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전할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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