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대표 “이수만 해외 개인회사 CTP 통해 정산 전 수익 선취”…하이브 “해당 계약 종결 요구할 것”
이성수 대표는 2월 16일 성명을 통해 ‘폭탄’을 던졌다. 이날 이 대표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이 전 총괄이 SM엔터의 황제로 군림하며 역외탈세를 자행해 왔고, 자신의 부동산 욕심으로 소속 아이돌 그룹 노래 가사에 특정 내용을 넣으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수만은 2019년 홍콩에 ‘CT 플래닝 리미티드’(CT Planning Limited, CTP)라는 회사를 자본금 100만 달러로 설립했다”며 “이 CTP는 이수만 100% 개인 회사로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밝혔다. 라이크기획은 SM엔터가 1990년대 후반부터 회사와 음악 및 프로듀싱 자문 관련 용역계약을 맺은 이 전 총괄의 개인 회사로, 이 전 총괄은 SM엔터 임직원으로서의 보수와 배당뿐 아니라 라이크기획을 통해 지분 비율보다 더 많은 돈을 챙겼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SM엔터 경영진이 올해부터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했으나 아직 CTP의 존재와 그 계약 사항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폭로다.
이 대표의 폭로에 따르면 SM엔터는 WayV(웨이션 브이), SuperM(슈퍼 엠), aespa(에스파)의 글로벌 음반 및 음원 유통과 관련해 각각 중국의 애사애몽, 미국의 캐피털 레코즈·워너레코즈 등과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CTP를 거치며 기형적인 계약 구조를 형성했다. 해당 그룹들은 SM엔터에서 음반과 음원을 포함한 모든 콘텐츠를 제작하므로 당연히 SM엔터와 각 레이블이 선 수익을 정산한 뒤 SM엔터에 정산된 금액에 대해 라이크기획, 즉 이 전 총괄이 6%를 지급받는다. 그러나 이 전 총괄은 해당 그룹들이 각 레이블사와 별도의 계약을 맺을 것을 지시한 뒤 정산 전 수익의 6%를 CTP를 통해 선취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SM엔터와 라이크기획의 계약은 2014년에도, 2021년에도 대한민국 국세청으로부터 그 정당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 결과 SM엔터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수십억 그리고 수백억의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며 “이 같은 ‘해외판 라이크기획’ CTP를 거치는 이상한 구조, 이는 이수만이 한국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비정상적인 거래 구조를 통해 홍콩의 CTP로 수익이 귀속되게 하는 것이 결국 전형적인 역외탈세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해외 레이블사로부터 수익 정산 전 6%를 선취하고 있기 때문에 CTP·이 전 총괄이 수취하는 최종 금액은 과거 라이크기획에서 발생한 금액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도 추측했다.
이 대표는 “하이브와 이수만의 주식매매계약에 따르면 이수만의 국내 프로듀싱은 3년 동안 제한돼 있지만 해외 프로듀싱은 전혀 제한이 없다. 왜 굳이 이 계약서에 ‘해외 프로듀싱’ 관련 약정을 했겠나”라며 “하이브는 ‘이수만의 개인 회사인 CTP’의 위법요소를 알고도 동조하거나 묵인한 것인가, 아니면 모르고 계약한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이 전 프로듀서가 SM엔터에 미치는 영향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실제 SM엔터 내에서 이 전 총괄은 여전히 임직원들에게 각종 지시를 내리며 사익 추구에 앞장섰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2023년 1월부터 이 전 총괄이 직접 또는 측근을 통해 SM엔터 경영진에 지시한 내용에는 △(SM엔터 소속) 아티스트는 이수만이 필요하다고 언론에 성명을 낼 것 △임직원들을 시켜 이수만이 필요하다는 선동을 할 것 △이수만과 SM엔터는 국내 임시 고문 계약을 맺고 이수만의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것 △앞으로 해외에서 제작되는 모든 앨범과 아티스트 활동은 이수만 소유 해외법인 즉 CTP와 직접 계약을 체결할 것 △이수만이 없는 회사는 매출액이 나오지 않도록 1분기 매출액을 낮출 방안을 강구할 것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이 전 총괄의 사익 추구가 하이브의 SM엔터 인수 이후에도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이수만은 자신의 부동산 사업권 욕망과 연결된 정말 이상한 욕심과 고집으로 에스파의 노래에 음악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나무 심기 가사를 넣고 부를 것을 강요해 왔다. 저희는 에스파를 위해 이번 곡에 대한 발매는 취소돼야 한다고 결정했고 모든 제작 일정을 취소해 에스파의 컴백이 미뤄진 것”이라며 “하이브의 SM엔터 인수를 발표한 공식 입장에 등장한 ‘Sustainability’(지속 가능성)는 최근 이수만이 (나무 심기와 함께) 부쩍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하이브가 이 단어들이 가진 의미를 알고 있을까. 모르고 동조한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했어도 모두 문제”라고 짚었다.
역외탈세 의혹 폭로부터 하이브의 인수 후 이수만 전 총괄의 경영 및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까지 지적하고 나선 이성수 대표의 이 같은 입장 발표에 하이브 측도 반박을 내놨다. 16일 하이브는 “하이브와 SM엔터 간 체결된 주식매매계약상의 조항에서 이 전 총괄의 해외 프로듀싱 허용은 SM엔터와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프로듀싱 업무를 의미하므로 해외 프로듀싱 업무 수행이 SM엔터와 연계돼 진행될 것이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 전 총괄의 국내 프로듀싱을 3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경업금지(사업자와 경합하는 업무를 행하지 아니함)에 관한 관행적인 내용이며 3년이 경과한다고 SM엔터로 복귀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이 전 총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전 총괄이 CTP란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도, CTP가 SM과 계약이 체결돼 있단 내용도 전달받은 바가 없다. 그리고 당사가 인지하지 못하는 거래관계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해당 거래관계가 발견되는 경우 이 전 총괄이 이를 모두 해소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괄이 CTP를 소유하고 있고 CTP와 SM엔터 간 계약이 체결돼 있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해당 계약의 종결을 요구하겠다는 게 하이브 측의 입장이다.
한편 현재까지 이 전 총괄은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오는 3월 주주총회 전까지 이 대표의 추가 폭로 사안에 따라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역외탈세 문제의 경우 이 대표 등 현 경영진의 책임도 함께 물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이 전 총괄의 역공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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