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 관건…하이브·네이버 연합 맞선 카카오 전면전 벌이거나 발 빼거나
#1. 가처분 신청 기각→카카오와 하이브의 전면전
카카오는 2월 7일 SM 지분 9.05%를 2172억 원에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기준 SM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 우호 지분을 더하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18.45%)을 넘어서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카카오를 상대로 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동시에 하이브와 손을 잡았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매입한 데 이어 3월 1일까지 소액주주들이 가진 지분 25%를 주당 12만 원에 공개 매수해 40%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면 카카오는 자연스럽게 9.05% 지분 인수 수순을 밟게 된다. 이후 SM의 경영권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 달 주주총회 전에 카카오의 지분율도 끌어올려야 한다. 국민연금, KB자산운용의 우호 지분까지 더해도 그들의 지분율은 약 23%로 하이브의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이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카카오 역시 40% 정도의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머니게임’이 시작된다. 카카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1조 154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실탄’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의 결정만 남은 셈이다.
여기선 ‘주당 12만 원’이 관건이다. 14일 종가 기준 SM의 주당 가격은 11만 6800원이었는데, 15일 오전 비로소 주가가 12만 원을 넘겼다. 이렇게 주가가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 매수 금액인 12만 원을 넘어서면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사라진다.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매입 경쟁이 시작되면 주당 가격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2. 가처분 신청 기각→카카오의 지분 인수 포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지라도 카카오가 SM 지분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일까. 앞서 언급했던 카카오가 새롭게 취득하는 지분에 우호 지분을 더해도 23% 수준이다. 하이브가 그들의 발표대로 40%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카카오는 경영권을 가질 수 없다. 결국 하이브 측이 선임한 경영진이 SM을 장악하게 된다는 의미다. 결국 9.05%를 갖기 위해 2172억 원을 투입했을 뿐, 실리는 챙기기 어렵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예 이런 구도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하이브의 뒤에 네이버가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21년 자사가 보유한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하이브 팬 플랫폼인 위버스에 넘기며, 위버스 운영사인 위버스컴버니의 지분 49%를 4118억 원에 인수했다. 그들은 이미 한배를 타고 있다는 의미다. 이대로 진행되면, 카카오가 결국 네이버·하이브 연합의 그늘 아래 들어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SM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라이벌인 네이버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을 견제하는 차원이라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가요기획사 가운데 가장 많은 지식재산권(IP)을 가진 SM의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노출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밑바탕에 깔렸다. 하지만 네이버를 등에 업은 하이브가 경영권을 가진 상황에서 카카오의 이런 시도는 번번이 암초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핀테크 시장 라이벌이다. 사실상 동행은 어렵다”면서 “카카오가 추가 자금을 투입해 지분율을 크게 끌어올릴 계산이 아니라면 이번 싸움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3. 가처분 신청 인용→하이브의 승리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 결과는 카카오가 SM 신주를 취득하기 위한 대금 납입일인 3월 6일 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법원이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손을 들어준다면 SM 지분 9.05%를 취득하겠다는 카카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상법상 주식회사가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신주 등의 제3자 발행이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한도에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택하여야만 한다”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주장을 법원이 인정하게 되는 모양새다.
이 경우 기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8.45%가 하이브(14.8%)와 이 전 총괄 프로듀서(3.65%)로 쪼개질 뿐 그 합은 같다. 또한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의 지분합인 14.08%보다 높다. 결국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하이브의 입맛대로 SM에서 새 판을 짤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 경우 하이브가 무리하게 공개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40%까지 끌어올릴 필요도 없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BTS(방탄소년단)를 앞세워 업계 판도를 바꾼 하이브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하이브의 손을 잡은 것은 자신이 앉힌 현 경영진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SM 경영권 분쟁이 하이브의 승리로 끝나면 SM 내부에 엄청난 구조조정이 생길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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