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의 경영권 방어 자구책에 가요계 깜짝 놀라…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지분 매입 경쟁도 볼 만할 듯
하이브는 SM 창업주인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월 10일 밝혔다. 9일 종가 기준, 시가 총액 8조 2000억 원의 하이브, 2조 4000억 원의 SM이 한 배에 탔다. 도합 10조 원이 넘는 덩치다. 이제는 놀라움 뒤로 궁금증이 남았다. 왜 그들은 손을 잡았을까.
#이수만은 왜 방시혁과 동행을 택했나
둘의 만남에 가요계 전체가 놀랐다. “둘은 함께할 수 없는 존재 아니었나”라는 물음표가 꼬리를 물었다. 왜일까. SM에게 하이브는 애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함께 K팝 시장을 짊어지고 가는 동업자이지만, 순위 다툼은 치열했다. SM은 장기간 1위 기업이었다. ‘흙수저’ 출신인 하이브(전신은 빅히트)가 넘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BTS의 등장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들은 미국 빌보드차트를 비롯해 MTV어워즈,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등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었다. 모든 것이 ‘최초’였다. 이는 SM을 이끌던 이수만이 오랫동안 꾸던 꿈이다. BTS의 성공으로 목표를 잃은 SM은 흔들렸다. 이제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JYP엔터테인먼트에도 뒤진다.
SM 내 이수만의 입지가 좁아지며 상황은 급변했다. 소액주주 집단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이수만이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고액의 자문료를 받는 것을 문제 삼았고, 이수만은 결국 총괄 프로듀서 자리를 내놨다. 그런데 2월 7일 카카오가 SM이 발행한 123만 주 규모 신주와 전환사채 114만 주를 인수해 전체 지분의 9.05%를 확보한 2대 주주로 올라선다고 한 발표는 이수만 입장에서는 충격이었다.
당시만 해도 여전히 이수만은 SM 지분 18.45%를 보유한 1대 주주였다. 하지만 카카오의 지분에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의 지분을 합치면 총합 23.13%로 이수만을 뛰어넘는다. 이는 결국 이수만의 경영권 방어가 어렵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수만은 서울동부지방법원에 SM을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하는 동시에 하이브와 손을 잡았다. 자신이 만들고 모든 것을 쏟아 넣은 SM에서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이수만이 선택한 자구책인 셈이다.
#이수만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
하이브가 SM의 경영권까지 확보하게 됐을 때, 이수만의 역할론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이대로 지분 다툼이 하이브의 승리로 끝나 SM을 손에 넣으면, 당연히 그 일등공신은 이수만이다. 그는 최대주주로서 하이브에 든든한 지분을 안긴 주역일 뿐만 아니라, SM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수만이 조건 없이 지분을 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자연스럽게 이수만의 총괄 프로듀서 복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수만은 SM의 어제와 오늘이다. 각 그룹의 콘셉트뿐만 아니라 곡 선정에도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SM스러운’ 비슷한 톤앤매너를 가진 노래들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현 SM 체제에서는 더 이상 이수만이 이런 역할을 하기 어렵다. 현 경영진의 신뢰도 받지 못하고 있고, 주요 주주들도 이수만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브가 주도권을 쥔 뒤 다시금 이수만에게 그 자리를 마련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이수만의 존재는 SM 내에서 장단점과 호불호가 분명하다”면서 “1대 주주로 올라선 하이브가 경영권까지 확보하는 것은 이수만 체제의 새로운 시작이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SM 지분 싸움 어떻게 전개될까
하이브는 10일 최대 주주 등극을 공식화하면서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공개매수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분율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몇몇 보도를 보면, 하이브는 SM 지분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인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 지분을 확보한다면 하이브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넉넉하게 경영권을 확보하고 원하는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의 이런 발표는 즉각 시장에 반영됐다. SM은 10일 정오 기준, 전날보다 약 16% 상승한 11만 4200원에 거래됐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3000억 원 가까이 상승했다. 하이브의 매집 외에도 이를 호재로 받아들인 개미 주주들이 SM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카카오는 지분 매입 발표를 통해 SM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할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다. SM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수만이 돌연 하이브와 동행하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카카오에 우호적인 현 SM 경영진은 이수만과 반대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SM 공동대표이사 및 센터장 이상 상위직책자 25인은 10일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를 반대한다”면서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는 ‘SM 3.0’ 전략의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회사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최대주주 측이 주장하는 경영권 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SM은 특정 주주·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하며,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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