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앤 크로포드와 장녀 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는 자서전에서 입양한 자녀들을 학대했던 엄마를 폭로했다. |
지금은 흘러넘치지만 과거에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생활은 스튜디오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는 정보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그들의 진짜 모습이 폭로되기도 했는데 그 통로 가운데 하나가 스타의 2세가 쓴 자서전이다.
▲ 왼쪽부터 장녀 크리스티나, 캐시와 신디 그리고 조앤 크로포드. |
사실 스튜디오는 전성기의 조앤 크로포드에게 ‘강인한 싱글맘’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녀에게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긴 <밀드레드 피어스>(1945)의 캐릭터는 전형적이었다. 크로포드 자신도 인터뷰에서 자랑스럽게 아직도 거의 매일 아이들의 볼기를 때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를 아끼면 말썽쟁이로 큰다”는 게 그녀의 철학이었으며, “나는 우리 아이들을 신사와 숙녀로 키우려는 것”이라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실상은 훨씬 더 처참했다.
조앤 크로포드에겐 입양한 네 명의 아이가 있었다. 장녀인 크리스티나, 장남인 크리스토퍼 그리고 두 딸인 캐시와 신디. 조앤은 아이들에게 군대보다 더 엄격한 규칙들을 제시했고, 지키지 않으면 즉시 가학적인 벌을 내렸다. 어린 신디와 캐시보다는 크리스티나와 크리스토퍼가 주로 희생양이 되었다.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아들 크리스토퍼의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드러낸 후 볼기를 치는 건 다반사였다. 한번은 크리스티나가 실수로 동생 크리스토퍼의 손을 문틈에 끼게 한 적이 있었다. 조앤은 크리스티나의 손도 문틈에 끼운 후 강하게 문을 닫았다. 한번은 생일 파티를 앞두고 크리스티나가 엄마에게 대든 적이 있었다. 조앤은 아이를 방에 가두었고 손님들은 몰려드는데 정작 그날의 주인공인 크리스티나는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못했다.
반항적인 성격이었던 크리스토퍼는 특히 표적이 되었다. 크리스토퍼는 왼손잡이였는데 조앤은 끊임없이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려 했고, 식탁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바꿔 잡으면 아들의 얼굴에 음식물을 집어던지곤 했다. 조앤은 잠잘 때도 규칙을 강요했는데 아이들이 자다가 일어나 울어선 안 됐다. 잠버릇이 험해 침대에서 떨어지는 것도 금지 사항이었는데, 크리스토퍼는 병원에서 환자들의 탈장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끈인 ‘탈장대’로 침대에 묶인 채 자야 했다. 그래서 자다가 화장실에 갈 수가 없었고, 누나인 크리스티나는 몰래 동생의 방에 들어가 끈을 풀어줬다. 아침엔 엄마가 발견하기 전에 다시 끈을 묶었다. 집에서 파티가 있을 때도 아이들을 침대에 묶어놓곤 했다. 파티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40대에 접어들며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게 되면서 조앤 크로포드는 점점 술에 의지하게 되었고 아이들에 대한 학대는 점점 심해졌다. 크리스티나는 아름다운 금발을 지니고 있었는데 한번은 자신의 머리를 자랑하자 그 허영심을 지적하며 사람들 앞에서 직접 머리를 깎아버렸다. 가장 황당한 일은 ‘철사 옷걸이’ 사건이었다. 조앤은 아이들에게 옷 정리를 할 때 절대 철사 옷걸이를 쓰지 못하게 했다. 어린 시절 그녀의 집은 허름한 세탁소를 한 적이 있었는데 철사 옷걸이가 그때 기억을 환기시킨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어느 날 조앤은 크리스티나의 옷장에서 철사 옷걸이를 발견했고 크리스티나는 밤새 옷장 정리를 엄마가 원하는 방식대로 다시 해야 했다.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보낸 후에도 간섭은 계속됐다. 워낙 기세등등한 스타라 교사들도 조앤 크로포드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리고 아이들에겐 “그곳 생활이 엉망이면 더 이상 학비를 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이러한 괴물이 된 것일까? 여기엔 그녀의 성장 과정과 성공에 대한 열망과 위선적인 생각들이 뒤엉켜 있다. 스타가 되길 원했고 스타덤에 오른 후엔 완벽한 할리우드 스타의 모습을 갖추길 원했던 조앤 크로포드. 그녀에게 아이들은 자신의 경력을 위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 주엔 그녀가 가난한 집 딸에서 ‘모성의 마녀’로 변해갔던 과정을 살펴 보겠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