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B대우증권 광고모델로 발탁된 티아라의 함은정. |
지난달 그룹 티아라의 멤버 함은정이 KDB대우증권의 여의도 본사 영업부에 방문해 자산관리 컨설팅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함은정은 전담 PB에게 상담을 받은 후 CMA 계좌를 개설했다.
KDB대우증권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 중인 함은정은 향후 이 증권사의 VVIP 서비스를 받게 된다. 한 금융계 전문가는 “통상 대기업 임원이나 법인CEO, 전문직 종사자 등이 VVIP로 분류돼 특별 관리를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도 전담 PB를 두고 VVIP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만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커졌고 연예인들의 자산규모가 커졌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유명 연예기획사가 밀집된 강남 지역에 위치한 몇몇 금융사는 앞다퉈 연예인 유치에 힘쓰고 있다. 한 증권사의 강남사업부 PB 전문지점에는 최근 유명 걸그룹 A의 멤버들이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고 상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 걸그룹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지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한동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PB는 고객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돌 가수들을 상대하는 PB들은 각 가수들의 인기와 수입 정도에 따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한 PB는 “인기를 얻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수들에게는 환금성이 좋은 상품을 제안한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현금화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산이 꽤 많은 중견 그룹 멤버들에게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제안한다. 대박을 꿈꾸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재테크를 통한 재산 불리기를 제안하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산 규모가 상당한 A급 아이돌에게는 부동산 구입을 권하는 편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높지만 안정적이고 임대 수입으로 유동 자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은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어 미리 시장성을 고려해 괜찮은 부동산을 확보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사진 속 아이돌 그룹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아이돌 가수들과 PB의 만남은 지인의 소개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얼굴이 알려진 아이돌 가수들이 공개적으로 매장을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매니저를 통할 경우 자신의 수입 및 자산 규모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알음알음 PB와 접촉을 시도하기도 한다.
PB들 역시 아이돌 가수들과 직접 대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속사의 통제가 심하고 연예인들도 의심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PB들은 아이돌 가수들의 부모를 공략 대상으로 삼곤 한다.
오랜 연습생 생활을 거친 후 엄청난 부를 손에 쥔 아이돌 가수들은 사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부모에게 자산 관리를 맡긴다. 하지만 부모 역시 전문 지식이 부족해 PB에게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걸그룹 B에 속한 멤버들의 부모들은 자주 만나 정보를 교류한다. B가 국내외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수입이 늘면서 이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재테크로 이어진 것. 아이돌 가수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한 PB는 “아직은 직접 PB를 만나기보다는 부모를 통해 재산을 굴리는 아이돌 가수가 많다. 폐쇄적인 삶을 사는 연예인의 경우 가족에게 의지하는 성향이 크기 때문에 가수를 직접 공략하는 것보다 부모를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돌 가수들이 PB를 통한 전문적인 재산 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간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이돌 1세대는 1990년 중반 이후 등장한 HOT 젝스키스 god 등을 들 수 있다. 이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해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지곤 했다. 짧은 기간 동안 목돈을 만졌지만 흥청망청 써버리고 조용히 사라진 인물도 적지 않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 그룹에 몸담았던 가수 C는 “전성기 때는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인기는 줄어도 씀씀이는 줄지 않기 때문에 생활은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돌의 생명력이 짧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2세대 아이돌 가수들과 노하우를 쌓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더욱 치밀하게 자산 관리에 힘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대부분 10대 중후반부터 발탁돼 장기간 트레이닝을 받는다. 또한 데뷔 후에는 소속사와 매니저의 철저한 관리를 받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은행이나 증권사 등 공개된 장소를 방문할 일이 없다. 혼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연예인이 적지 않은 이유다.
때문에 요즘은 연예기획사가 특정 금융사와 연계해 소속 연예인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몇몇 연예인들이 무리한 주식 투자나 사업 확장으로 모아둔 돈을 탕진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시장에 뛰어든 연예기획사가 늘면서 이를 노린 작전 세력들의 잘못된 정보만 믿고 주식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연예인들이 많다. 몇몇 아이돌 그룹 멤버 역시 주식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소속사가 직접 나서고 있다. 전담 PB를 두면 이런 무리한 투자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윈윈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