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진 아나운서가 MBC 노조 파업 대열에서 이탈해 방송에 복귀했다. 사진제공=MBC |
방송에 앞서 배현진 아나운서는 MBC 사내게시판에 현장 복귀에 대한 글을 남겼다. 이 글에서 배현진 아나운서는 “동료들의 뜻을 존중했고 노조원으로서 책임도 있었기에 그저 묵묵히 지켜봐 왔다”면서 “그렇게 100여 일이나 흘렀고 처음으로 거취에 대한 ‘선택’을 한다. 더 이상은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뉴스 앵커로서 시청자 이외의 그 어떤 대상에도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미 양승은, 최대현 아나운서가 파업을 이탈해 현업에 복귀한 상황에서 간판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였던 배현진 아나운서까지 방송에 복귀하자 MBC 내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박경추, 김완태, 서인, 한준호, 강재형 등의 아나운서들이 연이어 SNS를 통해 세 아나운서의 방송 복귀를 비난했고 이상호, 전종환 등의 기자들도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그 친구들의 성향과 그간의 행태는 아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놀랍지 않다’ ‘마지막까지 뒤통수를 치는구나’ ‘어린 아이들이 못된 것만 배워서’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비난 수위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
▲ 양승은 아나운서. |
아나운서들이 SNS를 통해 직접적으로 파업 이탈 아나운서들을 비난하는 것은 내부 결속력을 다지며 추가 이탈자 방지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MBC 노조원들의 파업 이탈 아나운서들에 대한 시선을 어떨까. 우선 배현진 아나운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가장 뜨거웠다. <뉴스데스크> 앵커는 ‘MBC의 얼굴’이라 불릴 정도지만 파업 내내 참여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한 달 반 전부터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파업 관련 각종 행사에 불참하면서 사측이 배현진 아나운서를 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고 한다. 한 MBC 동료 아나운서는 “<뉴스데스크> 앵커라는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 그런 판단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예전부터 그가 김재철 사장 라인이었다는 등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음해성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이라며 “사측에서 일정 기간 동안은 앵커 자리를 보장해줬다는 소문까지 있던데 이런 상황들로 인해 파업이 끝난 뒤에도 그가 왕따를 당할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양승은 아나운서는 방송 복귀 이후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를 맡았다. 본래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배현진 아나운서와 달리 양승은 아나운서는 방송 복귀와 동시에 처음으로 <뉴스데스크> 앵커가 됐다. 이를 두고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파업을 이탈해 방송에 복귀한 대가로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 자리를 줬다는 것. 동료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들이 가장 선망하는 메인 뉴스 앵커 자리의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미 그 자리에 올라 있던 배현진 아나운서에게 분노하는 이들이 많다면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양승은 아나운서에겐 아쉬움의 목소리가 더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노조 관계자들 사이에선 사측이 개별적으로 노조원들을 접촉해 회유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스타급 PD와 아나운서 등 영향력이 있는 이들에게 사측이 지속적인 회유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회유 대상인 일부 직원에게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로 인해 또 하나의 내부 갈등이 조장되고 있다고. 그렇지만 사측 관계자는 이런 ‘일부 임금 지급설’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으로 인해 노조원 아나운서들의 추가 방송 복귀가 이뤄질 수도 있다. 올림픽 AD 카드 마감 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파업이 계속 강행될 경우 노조원 아나운서들은 올림픽 방송에도 참여하지 않게 된다. 양승은 아나운서의 노조 탈퇴의 원인 가운데 하나도 올림픽으로 알려졌다. MBC 강재형 아나운서가 SNS를 통해 ‘양승은 아나운서가 아나운서 조합원이 모인 자리에서 “파업이 (올림픽 방송에 영향 줄 만큼)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늘 기도했고, (올림픽 AD카드 마감 임박한 시점에) 주님의 답은 올림픽에 가야 한다는 거였다”며 노조 탈퇴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한 것.
아나운서들 입장에선 올림픽이 매우 큰 행사다. 방송국 입장에서도 아나운서의 방송 복귀가 절실하다. 해설 등의 전문위원은 외부 인력을 활용할 수 있지만 아나운서는 대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올림픽 방송을 위해 사측은 아나운서들의 추가 노조 탈퇴가 절실하고 아나운서들 역시 올림픽 방송은 포기하기 힘든 대형 방송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