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알찬 성적을 냈던 호러영화 <폴터가이스트>. 하지만 출연배우가 잇달아 사망하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서 ‘저주’라는 꼬리표가 붙고 말았다. |
▲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알찬 성적을 냈던 호러영화 <폴터가이스트>. 하지만 출연배우가 잇달아 사망하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서 ‘저주’라는 꼬리표가 붙고 말았다. |
1980년대 초. 스티븐 스필버그는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했다. 어느 가족이 새로 이사 간 집에서 겪는 일들을 담은 영화로 이른바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현상’, 즉 어떠한 이유 없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거나 물건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부서지는 현상을 소재로 한 호러 무비였다. 스필버그는 직접 연출까지 하려 했으나 <E.T>(1982) 제작 일정과 겹쳤고, 결국 메가폰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1974)으로 단숨에 호러 유망주로 떠올랐던 토비 후퍼 감독에게 넘어갔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호러 전문 연출가가 만난 <폴터가이스트>(1982)는 여름에 개봉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해 흥행 8위를 기록했으니 스타도 없고 스케일도 작은 저예산 영화로선 정말 알찬 성적이었다. 같은 해에 개봉된 <람보>나 <간디>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었을 정도다. 하지만 1982년 11월에 시작된 이 영화의 저주는 3편이 나온 1988년까지 6년 동안 계속되며 출연진 중 네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알 수 없는 일들은 끊이지 않았다.
1982년 6월에 <폴터가이스트>가 개봉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도미니크 던은 매우 활동적이며 사교적인 성격이었는데, LA 고급 음식점 중 하나인 ‘마 메종’(Ma Maison)의 셰프로 일하던 존 스위니와 잠시 연인 관계였다. 하지만 그가 매우 폭력적인 성격임을 알고 도미니크 던은 그와 헤어졌다.
사건은 1982년 10월 30일에 일어났다. 화해하고 싶다며 도미니크를 찾아간 존 스위니는 다시 만나기 싫다는 그녀의 말에 크게 화를 냈고, 갑자기 도미니크 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비명 소리에 주변 사람들은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미 도미니크 던은 혼수 상태였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도미니크 던. 코마 상태로 5일을 보내던 그녀는 11월 4일에 2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재판에 회부된 존 스위니는 고의적 살해라는 나쁜 죄질로 자그마치 62년의 형량이 구형됐지만, 어쩐 일인지 4년도 안 된 1986년 6월에 풀려나 잠시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2편에 출연한 두 배우도 영화 촬영을 마치고 얼마 있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헨리 케인 역을 맡았던 줄리안 벡은 1985년 9월 14일 위암으로 사망했고(향년 60세), 치료 주술사인 테일러 역을 맡았던 윌 샘슨은 1987년에 53세로 세상을 떠났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에 커다란 덩치의 추장으로 등장했던 윌 샘슨도 촬영 후 심장과 폐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전의 영양실조 증상과 수술 후의 신장 기능 약화 및 진균 감염으로 죽고 말았다.
사실 윌 샘슨은 이 영화에서 배우 이상의 역할을 했다. 이 영화엔 이상한 괴담이 돌았는데, 1편의 그 유명한 수영장 신에 사용된 해골들이 실제 인간의 해골을 소품으로 사용했다는 것. 그런데 2편 촬영 때 그것이 사실로 밝혀졌고, 저주를 두려워한 스태프들은 엑소시즘 의식을 치르길 바랐다. 크리크족 인디언인 윌 샘슨은 배우 이전에 실제로 샤먼(sharman), 즉 주술사였고 그는 촬영장에서 야심한 밤에 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이상한 일은 계속 이어졌다. 엄마 역을 맡은 조베스 윌리엄스는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벽에 걸린 그림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는 걸 발견했는데, 똑바로 걸어놓아도 다음 날 아침엔 다시 기울어져 있었다. 어린 아들 로비 역을 맡았던 올리버 로빈스는 광대 인형에 의해 목이 졸리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인형의 손을 자기 목에 대고 가짜로 목이 졸리는 연기를 하던 중 진짜로 인형이 목을 조르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3편 촬영 때엔 프릴링 패밀리의 유모 역을 맡았던 젤다 루벤스타인은 기묘한 경험을 했다. 촬영을 마치고 필름을 현상해보니 그녀의 얼굴 위로 이상한 빛이 계속 어른거렸던 것. 알고 보니 그 장면을 촬영하던 때 루벤스타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저주는 ‘폴터가이스트 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이 시리즈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아역 배우 헤더 오루크에게 왔다. 3편 촬영을 마친 후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지만 의사는 감기로 진단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독소가 혈액에 침투해 생긴 패혈증 쇼크였던 것. 오루크는 극심한 위장의 통증을 호소했는데, 장협착 증세와 함께 크론병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1988년 2월 1일 12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오루크가 안장된 곳은 LA에 있는 웨스트우드 메모리얼 파크. 1편에서 오루크의 언니 역을 맡았고 6년 전에 연인에 의해 살해되어 세상을 떠난 도미니크 던이 묻혀 있는 바로 그곳이었다.
과거에 공동묘지였던 곳에 세워진 집으로 이사 온 한 가족의 공포스러운 경험을 그린 <폴터가이스트> 시리즈는 영화만큼 섬뜩한 현실로 ‘저주’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고, 줄리안 벡이나 윌 샘슨은 지병에 의한 죽음이라 하더라도 두 젊고 어린 여배우가 세상을 떠난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1994년, 1편에서 영화의 무대로 사용되었던 서던 캘리포니아 지역의 집은 지진에 의해 무너졌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