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정부 시절 관료 역임해 친여 성향 거론…NH·신한에 이어 우리금융도 논란 불가피
#임종룡 회장 선임 앞과 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월 24일 오전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임종룡 신임 대표이사 회장을 최종 선임했다. 우리금융은 이날 윤수영·지성배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했고, 정찬형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또 우리은행장 선임을 위한 첫 자추위(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에도 돌입했다. 이날 오후 임 회장은 공식 취임식을 가졌다. 우리금융그룹의 ‘임종룡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금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정부의 뜻에 따라 임종룡 회장을 선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임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실장을 맡았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임 회장은 대표적인 친여 성향 경제인으로 거론돼 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은 지난 3월 24일 “대통령의 한마디에 사모펀드 사태 책임과 다수의 금융사고 책임 등 우리금융 수장으로서 부적격자인 임종룡 회장을 선임하는 것은 낙하산 관치 금융의 결정판”이라며 “정부가 공공재라는 이유를 들먹이며 금융지주회사 회장 선임에 개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무위 위원들도 입장문을 통해 “임 회장의 귀환이 우려스러운 것은 단순히 전직 관료였기 때문이 아니라 중대한 정책 실패들의 장본인이기 때문”이라며 “과거의 정책 과오를 성찰하고 있다면 우리금융 회장 도전은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각종 논란 속에서 임종룡 회장은 연일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우선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마련해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밟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전까지 자추위 내부 논의만으로 은행장을 선임해 파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임종룡 회장으로서는 외부 여론뿐 아니라 내부 여론도 수습해야 한다. 박봉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1월 “임 회장이 선임되면 영업을 중단할 각오도 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다만 임 회장은 지난 2월 노조를 만난 후 어느 정도 내부 여론 수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지분 5.34%를 가진 우리금융지주우리사주와 4.48%를 가진 우리은행우리사주가 모두 임 회장 선임을 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열심히 한다고 했으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 신한금융에 이어 또?
윤석열 정부의 관치 금융 논란은 우리금융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 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1호 영입 인사’로 합류한 인물이다.
신한금융에도 관치 논란이 있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3연임에 도전하고자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까지 봤지만 이내 연임을 포기했다. 조 전 회장의 후임으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선임됐지만 그 역시 선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국민연금이 진 회장의 선임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지주 지분율의 7.96%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 덕에 진 회장은 회장 자리에 올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진 회장 반대 이유에 대해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중은행에 대출금리와 각종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사 CEO 협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단순 경제 정책 시행뿐 아니라 은행의 영업 관행이나 제도 등을 개선하고자 실무작업반까지 꾸려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시중은행이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금융당국 지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피곤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야인으로 지냈고, 지난 대선 때도 특정 캠프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임 회장은 한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런 임 회장이 이번에 우리금융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한 셈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은행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부와 현역 복귀를 원했던 임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움직임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지난 2월 정책조정회의에서 “금융권에 관치 금융의 바람이 분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다”며 “은행의 사회적 공공성은 관료 출신 인사가 금융지주 회장이 된다는 것으로 담보될 수가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임종룡 회장은 수년간 야인 생활을 한 만큼 과거와 같은 전문성을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오랜 기간 현업과 거리를 두고, 내부 상황도 잘 모르는 사람이 수장이 되면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내부 조직 상황을 잘 알고 실무에도 강한 내부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하는 것이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회장 선임과 관련해 우리금융 이사회가 복수의 헤드헌팅사에 후보 추천 및 평판 조회를 진행하고, 총 6차의 임추위를 개최하는 등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며 "관치는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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