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가츠·마차도 이어 크로넨워스도 다년 계약…올 시즌 좋은 성적 거둬야 유리한 위치에 서
더욱이 지난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23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서 김하성이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자 당시 미국의 글로벌 스포츠 매체인 ‘스포츠키다’는 김하성의 높은 가치에 주목하면서 그의 장기 계약을 기대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김하성의 장기 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은 올 시즌 1루수로 출전 중인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장기 계약이 불을 지폈다.
4월 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제이크 크로넨워스와의 7년 장기 계약을 발표했다. 구단에선 공식적으로 크로넨워스와의 계약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의하면 샌디에이고는 크로넨워스와 7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48억 원)의 연장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크로넨워스는 내년부터 그의 나이가 36세가 되는 2030년까지 샌디에이고 선수로 뛰게 된다.
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208순위로 탬파베이 레이스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크로넨워스는 2019년 12월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었고 2020년 빅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샌디에이고의 주전 2루수로 도약했다.
크로넨워스는 2021년 152경기에서 타율 0.266(567타수 151안타) 21홈런 71타점, OPS 0.800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158경기 타율 0.239(587타수 140안타) 17홈런 88타점, OPS 0.722를 찍었다.
2020년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2위에 올랐으며 2021년, 2022년 2시즌 연속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
ESPN은 ‘크로넨워스가 지난 시즌 삼진 비율이 높고 타율이 이전 시즌에 비해 하락했지만 샌디에이고 타선에선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언급하면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4월 21일 복귀 예정),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 다음의 5번 타순으로 크로넨워스가 자리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크로넨워스의 포지션은 원래 2루수다. 그러나 샌디에이고가 지난겨울 FA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면서 기존 유격수 김하성이 2루수, 크로넨워스가 1루수로 연쇄 이동했다. 샌디에이고가 크로넨워스에게 7년 장기 계약을 안긴 건 2루수, 1루수는 물론 유격수도 소화가 가능한 데다 성실함을 갖췄고 야구지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크로넨워스는 장기 계약이 발표된 날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계약 관련된 소감으로 “정말 행복하다. 내 팀 동료들과 내가 사랑하는 이 구단과 7년을 더 같이 할 수 있게 돼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잰더 보가츠의 합류로 포지션이 원래의 2루수가 아닌 1루수로 뛰고 있는 부분도 ‘쿨’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내야 포지션을 바꾸는 데 대해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익숙한 편이다. 내가 팀에 이러한 유연성을 제공하고,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만족한다.”
장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유계약선수(FA) 기회가 7년 후로 밀린 부분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구단과 연장 계약에 대해 협의하는 동안 FA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결국에는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팀과 내 동료들, 소중한 팬들, 그리고 좋은 구장이 있는 팀에 남는 게 FA 시장에 나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심사숙고했고, 내 결정에 만족한다.”
이날 김하성은 크로넨워스의 장기 계약 발표가 난 후 직접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자신에게 쏠리는 장기 계약 여부에 대해선 지금은 시즌 경기에 집중할 때라며 선을 그었다.
“크로넨워스는 워낙 좋은 선수라 그 정도의 계약을 할 만한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 그러나 나는 아직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았고, 지금은 내가 잘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아직 경쟁 중이다. 장기 계약을 떠올리기보단 내가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샌디에이고 내야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선수들로만 꾸렸다. 지난 오프시즌 동안 샌디에이고는 잰더 보가츠(유격수)와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668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고, 매니 마차도(3루수)와는 무려 11년 3억 5000만 달러(약 4613억 원)의 조건으로 새로운 계약에 합의했다. 이로써 샌디에이고는 주전 내야수들 중 3루수 매니 마차도, 유격수 잰더 보가츠,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김하성에게 ‘그럼에도’ 샌디에이고 구단이 장기 계약을 제안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김하성은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장기 계약은 FA 전에 하는 계약이라 ‘양날의 칼’일 수도 있다. 결국엔 선수가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샌디에이고는 선수 수급에 적극적인 팀이다. 이런 팀 분위기에 대해 김하성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런 행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디 애슬레틱’은 A.J. 프렐러 단장의 인터뷰를 통해 샌디에이고가 올 시즌을 마치면 FA로 풀리는 선발 투수 블레이크 스넬과 마무리 투수 조시 헤이더를 잡는데 집중하면서 김하성이 2023시즌에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연장 계약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을 소개했다.
김하성은 2020년 12월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약 369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2024시즌이면 계약이 만료되는데 구단이 2025년 옵션을 행사한다면 700만 달러에 인센티브 등을 더해 1000만 달러(131억 원)을 받는다.
김하성으로선 어느 때보다 올 시즌 성적이 중요하다. 장기 계약도 팀의 선택이 아닌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서 선택해야 팀 내 입지가 탄탄해진다. 유격수 자리에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그가 만약 계속 2루수를 맡아야 한다면 샌디에이고에 남으려고 할까.
미국 샌디에이고=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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