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훈 의원(50)은 지난 2006년 미국 오레곤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왼쪽이 큰아들 동윤(대학교 1학년), 김 의원 오른쪽이 둘째 세용(고 2) 그리고 그 옆이 부인 김현숙 씨(43)다(한국에 와서 늦둥이(5)를 하나 더 얻어 3형제를 두었다). 사진설명을 듣기 위해 부인 김 씨와 통화를 하다가 ‘작은아들 옆이 맏딸인가요’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빵’ 웃음을 터뜨렸다. “미국 생활을 너무 자유분방하게 해서 그렇게 보인 것 같네요”라는 즐거운 대답과 함께. |
“정말 오랜만에 맘 편히 저녁을 먹는 것 같다”고 운을 뗀 김 의원은 지인들의 말을 줄곧 경청하다가 그들의 말이 끝나면 조용히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기를 살려주는, 잘 듣는 정치인이었다.
▲ 김상훈 의원. |
김 의원은 글로벌마인드를 갖춘 지역경제 전문가다. 그는 저녁 모임 내내 지역생산 제품 전국화 방안, 한국 수출관계자들이 놓치고 있는 대 아시아지역 수출 아이템 등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말이 별로 없다는 첫인상은 틀린 것 같았다.
김 의원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신입 초선이지만 국회 개원과 함께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한 지역지가 그를 소개하면서 다섯 식구가 모두 이사할 것이라는 ‘오보’를 낸 것이 화근이었다. 선거 기간 내내 ‘대구에 뼈를 묻겠다’며 지역경제의 화신임을 자처하던 그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가족들을 데리고 서울로 떠난다는 이야기가 퍼졌으니 그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사건이었다. 알고 보니 기사를 쓴 기자가 “혼자 묵을 서울 숙소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김 의원의 얘기를 온 가족의 이사로 잘못 해석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저녁 식사 내내 그는 연신 걸려오는 전화에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한 지인이 “정치인은 부고 빼고는 모두 좋은 기사”라는 덕담을 건네자 비로소 김 의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국회의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과공’처럼 들린다.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정해 열심히 한번 해보고 싶다.”
말만 앞세우는 정치가 아닌 행동과 정책이 그 중심에 서는 것을, ‘점잖은 대구양반’ 김상훈 의원을 통해 확인해보고 싶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