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서비스 없이 삼성 금융계열사 모아놓은 앱 불과 ‘기대 이하’…삼성금융 “마이데이터 진출하면 동반 성장”
#기대감 한몸에 받았지만…
모니모는 삼성카드를 필두로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의 4개 금융계열사가 합심해서 꾸린 금융통합 플랫폼이다. 2300만 삼성금융그룹 고객이 잠재적 이용자로 분류되면서 ‘슈퍼금융앱’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만 1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는 그다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집계된 모니모 월간 앱 이용자수(MAU)는 200만 명 정도다. MAU가 약 1200만 명 수준으로 알려진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6분의 1 수준이다. 충성고객을 모으는 데에 실패한 셈이다.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의 원인으로 우선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의 진출 실패가 꼽힌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흩어진 금융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조회할 수 있게끔 구축된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관경고를 받으며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규사업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도 좌절됐다. 이에 따라 모니모가 삼성 계열사 내부에서만 활용 가능한 서비스로 제한되면서 확장성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들은 하나의 앱에서 이체나 송금 등 모든 금융활동을 편리하게 수행하는 것에 대한 요구가 있다. 모니모는 아직은 삼성의 서비스를 그냥 묶어놓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니모는 표면적으로는 통합금융플랫폼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도 유기적인 짜임새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모니모 전용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 상품은 아웃 링크를 통해 해당 금융사 앱으로 다시 들어가야 가입할 수 있는 까닭이다. 모니모 앱 하나로 삼성금융그룹 내부에서 일어나는 금융활동도 편리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카드가 이끌고는 있지만 나머지 3개 회사의 의사결정을 취합해야 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해진 방향성이 없다 보니 ‘모니모’란 이름을 들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고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하다”며 “플랫폼 관리를 책임진 별도의 회사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회사들을 한데 묶어버렸기 때문에 어정쩡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 서비스 구축이 안 돼 있는 점도 결정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결제 기능 역시 이용자가 따로 ‘삼성카드’ 앱으로 이동해야만 쓸 수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저희가 모니모를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모니모는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플랫폼인 까닭에 결제 기능을 별도로 탑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결제업무가 금융생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각 금융사마다 지급결제업에서 장악력을 높이려고 각축전을 벌이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 핀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 앱을 구축해놓고 앱을 따로 두면 불편함만 가중된다”며 “모니모에서 보험금 청구 등이 가능하다지만 빈도가 높지 않고 결국 은행업이나 카드결제 등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인허가 받아도 과제 산적
다만 올해는 상황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에서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예비 인가안을 통과시켰다. 마이데이터 인허가를 앞두고 삼성금융 계열사들이 자체 앱 기능을 모니모로 이관하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는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MAU가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재 금융권에서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통해 유의미하게 MAU를 늘린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이미 토스가 마이데이터 업계에서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토스의 점유율이 50% 가까이 된다. MAU 높은 금융플랫폼이 마이데이터 선점한 것”이라며 “이미 웬만한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고 있는 시점이라 눈에 띄는 차별화 전략이 없다면 모객 효과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의 수익모델이 불투명한 점도 향후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현행 마이데이터는 고객이 가진 자산을 통합 조회하는 기능만 제공하고 있다.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의 반대로 대출이나 보험 등 금융 상품에 대한 비교·추천 서비스 제공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고객이 지불 의사를 가질 만한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모니모가 진입한다 한들 뾰족한 해법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금융그룹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은 탓에 모니모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손해보험업계 압도적인 1위였던 삼성화재의 점유율도 줄고 있는 데다,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만 보면 메리츠화재가 삼성화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업계 2위인 삼성카드는 애플페이와 제휴한 현대카드의 거센 추격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점유율 차이는 1.8%포인트 수준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삼성이라는 거대그룹의 계열사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까 다양한 이업종 사업에서 소극적으로 임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며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 인허가를 받은 후에는 모니모의 차별화를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금융네트웍스 관계자는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통해 고객에게 맞춤형 혜택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삼성금융네트웍스의 모니모와 삼성카드 앱 등의 서비스가 동반 성장하며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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