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버거 맞서 ‘가성비 마케팅’ 등 차별화 전략 필요성 지적…로열티·매장운영 방식도 ‘걸림돌’ 작용
동원그룹 지주사 동원산업은 지난 4월 27일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검토했지만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매각 가격, 로열티, 매장운영 방식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절차가 중단된 가장 큰 이유로 매각 가격이 거론된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한국 마스터 프랜즈 권리를 5000억 원 수준에 매각하길 원했다. 하지만 동원산업은 1000억 원 후반에서 2000억 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6년에도 칼라일·매일유업 컨소시엄이 한국맥도날드 인수 희망가를 3000억 원대로 제시했지만 가격 문제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로열티도 인수 절차 과정에서 발목을 잡았다. 한국맥도날드는 1986년 한국맥도날드신맥(51%)과 미국 맥도날드(49%) 간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설립됐다. 이후 2006년 미국 맥도날드 본사가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현재 미국 맥도날드 본사가 한국맥도날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매각과 관련해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IDL(International Developmental Licensed Markets) 형태인 국내 파트너사를 원했다. 해당 국가에서 가맹사업 권한을 특정 기업에 맡기고 순 매출의 5% 로열티를 미국 맥도날드 본사가 가져가는 형태다. 한국맥도날드는 2021년 미국 맥도날드 본사에 543억 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수익성 여부와 상관없이 매출액 기준으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 동원산업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로열티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조건이 맞지 않아 인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잇단 매각 불발에도 한국맥도날드는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면서 매각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한국 마켓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 물색을 계속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맥도날드 매각 작업에 비관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국내 버거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맥도날드만의 차별화된 운영 전략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버거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1조 9000억 원이었던 국내 버거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4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유로모니터는 올해 국내 버거시장이 5조 원대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프리미엄 버거 시장도 커지고 있다. 버거업계 경쟁자가 많아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화갤러리아가 론칭을 준비 중인 미국 3대 버거 ‘파이브가이즈’ 국내 1호점이 오는 6월 말 문을 연다. 지난해에는 bhc그룹이 들여온 ‘슈퍼두퍼’, 진경산업의 ‘고든 램지 버거’가 각각 강남역과 잠실에 오픈했다. SPC그룹이 2016년 들여온 ‘쉐이크쉑’은 올해 4월 기준 매장을 25호점까지 늘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맥도날드는 차별화 메뉴나 마케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수익성 확보를 위해 메뉴 가격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 매출은 △2019년 7248억 원 △2020년 7910억 원 △2021년 8679억 원이다. 영업손실은 △2019년 440억 원 △2020년 483억 원 △2021년 278억 원을 기록하며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국내 매장 수는 △2019년 410개 △2020년 407개 △2021년 403개 순으로 감소 추세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2월 빅맥과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단품을 4900원에서 5200원으로, 맥크리스피 디럭스 버거 단품을 6700원에서 6800원으로 조정했다. 탄산음료와 커피도 100∼300원씩 인상했다.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또 다시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수익성 확보를 위한 잇단 가격 인상이 오히려 한국맥도날드의 차별화를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프리미엄 버거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성비’를 앞세운 고객 친화적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록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버거가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한편에선 버거 가격 인상을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도 있다”며 “프랜차이즈 버거 업체는 (비싼 버거 가격에) 대항하는 가성비 버거 마케팅을 펼쳐 고객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 KFC 등 경쟁업체들은 일명 ‘가성비 버거’를 출시해 소비자들을 끌고 있다. 롯데리아는 가성비 마케팅 차원에서 지난 3월 선보인 이벤트 버거를 보름 만에 약 120만 개 판매했다.
한국맥도날드가 미국 맥도날드 본사의 운영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 지침에 따른 판매 메뉴 관리, 매장 운영 방식 등을 국내 기업이 좋아할 리 없다는 것이다. 미국 본사에 매출액 기준 5%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미국 본사의 지침에 따라 운영해야 하는 국내 파트너사 수준의 인수를 어느 기업이 나설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전략을 국내 사정에 맞게 세워야 하는데 현 한국맥도날드는 본사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인수를 원하는 기업 측에서 아무리 실적 개선을 위해 국내 사정에 맞춘 다양한 전략을 세워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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