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언톨로지 교회와 창시자 론 허버드, 사이언톨로지스트로 알려진 존 트라볼타와 톰 크루즈(왼쪽부터). |
이종교의 창시자는 SF 작가인 L. 론 허버드다. 21세기 최악의 영화로 꼽히곤 하는 <배틀 필드>(2000)라는 영화를 혹시 기억하시는지…. 사이언톨로지스트인 존 트라볼타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의 원작자가 바로 허버드인데, 그는 1950년에 <다이아네틱스>라는 책을 내면서 사이언톨로지의 기초를 만들었고 이후 종교로 창시했다. 인간의 정신을 나름의 과학 체계로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내면의 평정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사이언톨로지는 질병의 원인이 부정적인 반응에 의해 세포에 새겨지는 ‘엔그램’(engram)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 엔그램을 없애는 것이 이 종교의 실천적인 목표인 셈인데, 그 과정이 바로 ‘오디팅’(auditing)이다.
문제는 오디팅엔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든다는 점. 치료사인 ‘오디터’가 ‘E-메터’라는 기계로 행하는 오디터는 총 8단계를 통해 ‘클리어’(clear) 단계에 이르는데, 여기에 수십만 달러가 든다. 그리고 사이언톨로지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외계에서 왔다고 말하는데 ‘테탄’이라는 외계 영혼이 모든 사람의 육신마다 붙어 있다는 것. 인간이 죽으면 테탄은 또 다른 육체로 옮겨가는데 여기서 불교의 윤회론과 비슷한 사상이 만들어진다(톰 크루즈는 자신이 전생엔 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교리야 어떻든 사이언톨로지는 전세계적으로 800만 명에 달하는 신도를 거느리고 있고 특히 할리우드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창시자인 허버드는 1955년부터 ‘프로젝트 셀러브리티’를 통해 유명 인사들을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신흥 종교의 전파를 위해선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었을 듯. 그레타 가르보나 월트 디즈니 등이 포섭 대상이었다고 하는데 모두 실패했다. 대신 무성영화 시절의 스타였던 글로리아 스완슨과 재즈 피아니스트인 데이브 그루벡은 초기 사이언톨로지 신자가 된다.
포크 싱어였으며 1982년부터 국제 사이언톨로지 교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히버 젠치 목사에 의하면 유명한 스타들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셀러브리티는 창조적이며 영적인 사람들이다. 인간의 정신이 모든 창조력의 원천이기에 아티스트를 영적으로 강화시켜 잠재력을 일깨우는 것은 그들을 창조적 예술 영역에서 더욱 전진시킨다. 그런 점 때문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사이언톨로지에 끌린다고 생각한다.”
▲ 줄리엣 루이스와 리사 마리. |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인 프리실라 프레슬리와 딸인 리사 마리 프레슬리도 유명한데 프리실라는 엘비스가 사이언톨로지를 믿었다면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리사 마리는 마이클 잭슨, 니컬러스 케이지 등과 결혼한 바 있는데 그들과의 짧은 결혼 생활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특히 마이클 잭슨을 사이언톨로지스트로 만들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왜 스타들은 사이언톨로지에 매력을 느끼며 수백억 달러를 기부하고 충성을 바칠까. 비교종교학 교수인 휴 어번은 사이언톨로지의 개인주의가 그들에게 어필한다고 분석한다. 각 개인의 정체성이 바로 종교적 목적이며 신성인 셈인 사이언톨로지는 스타의 속성과 부합한다는 것. 이 종교의 목적이 자신의 정신과 자아와 운명을 다스리는 힘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점은 큰 매력이다. 게다가 그들은 부자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는 그들의 재산이나 라이프스타일이 그럴 듯하게 셀러브리티로서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한 셈이다. 사이언톨로지는 그것을 정신적으로 비준해주는 그러한 성공을 영적 발전의 증거로 여기는 종교다.
하지만 이런 고상한 이유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안드레 태버요언이라는 내부 고발자는 60페이지 분량의 리포트를 내놓았는데 여기엔 사이언톨로지가 셀러브리티에게 어떤 특전을 베푸는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사이언톨로지의 ‘골드 베이스’는 스타들을 위한 휴양지 같은 곳인데 중무기로 무장한 스태프들이 지키는 가운데 온갖 호화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톰 크루즈에 대한 특별대우도 눈에 띄는데 사이언톨로지 스태프들은 크루즈에게 절대 먼저 말을 걸지 못하며, 크루즈가 질문을 할 때만 그와 대답할 수 있다. 그는 거의 교주와 같은 존재인 셈.
하지만 이 리포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녹취록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른바 ‘오디팅’ 과정에선 자신의 삶과 은밀한 기억과 비밀까지 다 털어놓게 되는데 사이언톨로지 교회는 스타들에 대한 온갖 극비 사항을 모두 알고 있다. 만약 교회를 등진 후 녹취록이 공개되면 치명타를 입게 되는 쪽은 당연히 스타다. 따라서 그들은 이 종교에 충성을 바칠 수밖에 없다는 것. 최근 게이설이 제기되며 동성 성추행과 관련된 소송에 휘말려 있는 존 트라볼타는 혹시 사이언톨로지와의 관계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1980년대에 한때 사이언톨로지에 회의를 품은 전력이 있는 트라볼타이기에 근거 없이 한 번 의심해보게 된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