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우. |
▲ 박용우는 <평양성>에 깜짝 출연 후 이준익 감독에게 5만 원을 받았다. |
지난 21일 개봉된 영화 <아부의 왕>의 주인공은 배우 송새벽과 성동일이다. 상업 영화의 주연으로 나서기에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특급 카메오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며 영화에 흥미를 더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배우 차승원과 장항준 감독이다. 두 사람은 <아부의 왕>에서 각각 ‘톱스타병’에 걸린 배우와 그를 캐스팅하려는 감독으로 분했다. 차승원은 지난해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으로 대박을 터뜨린 후 섭외 1순위 배우로 급부상했다. 때문에 그의 카메오 출연을 부러워하는 충무로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
차승원을 섭외한 이는 <아부의 왕>의 제작사 황금주전자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김진영 씨다. 그는 과거 장진 감독이 이끄는 영화사 ‘필름있수다’에서 일하며 장진 감독의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아들> 등에 출연한 차승원과 친분을 맺었다. 이런 인연으로 차승원은 김진영 대표의 카메오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아부의 왕>을 연출한 정승구 감독은 “원작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시나리오 작가가 ‘차승원’이란 배우 이름을 그대로 써 놨더라. 그 부분을 꼭 살리고 싶어서 제작사 대표님과 협의 하에 차승원과 촬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극중 차승원과 짝을 이루는 장항준 감독은 차승원이 직접 캐스팅했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감독과 주연배우로 만난 두 사람은 10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해 <최고의 사랑>에 장항준 감독이 카메오 출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장 감독이 차승원의 부탁에 응하며 품앗이를 한 셈이다.
▲ 영화 <마이웨이>에 카메오로 등장한 니콜(왼쪽). |
<마이웨이>의 관계자는 “니콜은 극중 육상연맹 안내원으로 출연했다. 이 영화는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가 등장하는 만큼 일본에서도 대규모로 개봉됐다. 현재 카라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류스타이기 때문에 니콜의 출연은 일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고 전했다.
김수로는 강제규 감독이 만드는 영화의 단골 손님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카메오 출연한 데 이어 <마이웨이>에도 1분가량 출연한 이유는 그의 영화 데뷔작이 강제규 감독이 연출한 <쉬리>였기 때문이다.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는 카메오의 향연이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컬투를 비롯해 김태원 이승환 정엽 김종국 개리 등이 대거 참여했다. 컬투는 <원더풀 라디오>의 시나리오를 쓴 <두시탈출 컬투쇼>의 이재익 PD를 돕기 위해 참여했고 영화의 주인공인 이민정 이정진 이광수는 각각 친분이 두터운 정엽, <남자의 자격>의 김태원, <런닝맨>의 개리와 김종국을 촬영장으로 끌어 모았다.
그렇다면 카메오로 얼굴을 비치는 유명 인사들은 과연 출연료를 얼마나 받을까. 대개는 친분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노개런티’거나 진하게 술을 한 잔 사는 정도다. 하지만 인사치레로 그야말로 ‘거마비’ 정도를 받기도 한다.
박용우는 <평양성>에 깜짝 출연한 후 이준익 감독에게 5만 원을 받았다. 당시 근처에서 영화 <아이들>을 촬영하고 있던 박용우는 이준익 감독의 생일을 축하하러 <평양성>의 촬영장에 들렀다가 즉석에서 캐스팅됐다. 그의 카메오 출연은 이준익 감독의 생일선물이었던 셈이다.
가수 겸 배우 홍경민은 절친한 동료 차태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 <과속 스캔들>에서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톱스타’ 역할로 카메오 출연했는데 당시 홍경민의 출연료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였다. 평소 게임을 즐기는 홍경민의 성향을 잘 아는 차태현의 배려(?) 섞인 선물이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친분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카메오 출연을 요구했을 때 1000만 원대 출연료를 요구한 배우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정서상 카메오라 하면 대부분 노개런티 출연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영화를 넘어 드라마에도 특급 카메오들이 등장하고 있다. 요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는 김승우 이수근 지진희 홍은희 김준현 등이 릴레이 출연했다.
김승우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여주인공이자 아내인 김남주를 응원하기 위해 출연을 자청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하지만 그는 <승승장구>의 공동 MC인 이수근까지 끌어들이며 외조를 톡톡히 했다. 남자 주인공 유준상의 아내인 배우 홍은희 역시 카메오 출연해 남편을 지원 사격했고, 지진희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제작사 대표와의 친분으로 얼굴을 비쳤다.
▲ 드라마 <넝쿨째…>에 개콘 김준현이 깜짝 등장했다. |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관계자는 “서수민 PD가 직접 김성근 CP에게 김준현의 출연을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드라마 촬영의 경우 스케줄이 빡빡하기 때문에 카메오를 출연시키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카메오의 등장이 드라마의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요즘은 드라마에도 카메오 출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고 설명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