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8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110명…자발적으로 도움 주고받는 모습 “과거 지역사회 연상”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확장가족
최근 NHK 시사프로그램 ‘클로즈업현대’는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육아나 생활을 서로 협력하며 사는 확장가족에 대해 조명했다. 일본의 경우 젊은이들이 룸셰어나 셰어하우스 등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2017년 시부야캐스트(사무주거복합시설) 13층 셰어하우스에 38명의 크리에이터가 입주했다. 정식 커뮤니티 이름은 ‘확장가족 시프트(Cift)’. 공동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시대 ‘가족’의 정의를 모색해가자는 것이 취지다.
구체적으로 일반 셰어하우스와 확장가족은 어떤 점이 다를까. 셰어하우스는 기업 대 소비자 간의 거래다. 기업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에 거주자를 공모로 모집하는 것. 거주자는 부동산 회사와 계약을 맺고, 처음으로 다른 거주자를 만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반면 확장가족은 주거를 결정하기 전에 가치관이 맞는지, 누가 들어오는지, 스스로 가족이 될지를 결정하는 ‘가족 면담’을 거치고 커뮤니티에 들어온다. 요컨대 가치관으로 연결돼 함께 살아간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임대료와는 별도로 협동조합 형태로 매달 조합비를 내는 시스템이다. 0엔, 3000엔(약 2만 9000원), 5000엔, 1만 엔, 그 이상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며, 내고 싶은 만큼 지불한다. 이렇게 모인 돈은 가족회의를 통해 무엇에 쓸지 논의하고 생활용품을 사거나 누군가 아플 때 입원비 혹은 병문안 비용으로 충당될 수도 있다. 행사나 파티를 여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첫 시작은 38명이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110명에 이른다. 시부야뿐만 아니라 교토에도 셰어하우스의 거점이 생겨났다. 일상적으로 거주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끔 들러 ‘제3의 거처’로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가족의 연령은 0세부터 60대까지. 요리연구가, 변호사, 미용사, 작가, 금융인, 뮤지션 등 직업도 다양하다.
프리랜서 방송인 오쿠이 나나 씨도 셰어하우스 시프트의 가족이다. 시프트에 먼저 살고 있던 지인이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19년 입주해 작년 여름에는 딸이 태어났다. 그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많아 분위기가 좋고 작가, 사회기업가, 연극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살고 있어 일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고 밝혔다.
특히 “일하면서 9개월 된 딸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오쿠이 씨는 “요즘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버팀목”이라며 셰어하우스 생활을 만족스러워했다. 덧붙여 “아이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하고 기대했다. “피는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여러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제’를 접하는 편이 감성이 더 풍부한 아이로 자랄 것 같다”는 의견이다.
지난 4월에는 광고감독 다카시마 후토시 씨가 독신가족으로 시프트에 입주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다카시마 씨는 곧잘 음식을 만들어 나눠주곤 한다. 시프트에서 ‘의무’란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자발적이다. 다만 개중에 요리를 못해서 ‘먹기 전문’인 사람도 있다. 혼자만 만들면 식비를 포함해 손해 보는 기분이 들지는 않을까.
다카시마 씨는 “보통 식기를 돌려줄 때 약간의 과자랄지 답례를 해준다”며 “다른 도움을 받고 있어서 괜찮다”고 말했다. 가령 다카시마 씨가 A 씨에게 요리를 해준다. A 씨는 먹기만 할지 모르지만, 평소 B 씨 아이의 어린이집 배웅을 대신 해주고 있다. 그리고 B 씨는 다카시마 씨가 바쁠 때 아침 식사를 만들어준다. 다카시마 씨와 A 씨 사이에 일대일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는 없지만, 확장가족 전체적으로 보면 기브 앤 테이크가 성립되고 있다.
#확장가족은 출입이 자유로운 ‘거처’
“핵가족화로 가족 구성원이 적어지고 그 안에서 가사도 육아도, 머지않아 부모의 간병도 해야 합니다. 이런 부담감에 ‘좀처럼 결혼할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시프트 창립 멤버인 이시야마 안주 씨는 일명 ‘공유경제 전도사’라 불린다. 그는 주택, 육아, 가족, 노후 등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공유해 솔루션을 찾고자 한다. 혈연이 아니더라도 가치관으로 연결돼 함께 도우며 살면 어떨까, 그렇게 주체적으로 ‘가족’을 선택하는 형태의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프트에는 변호사, 미용사, 뮤지션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 산다. 변호사는 ‘무엇이든 물어보는 상담소’가 된다든지, 미용사는 집에서 머리를 잘라주고, 뮤지션은 아이가 태어나면 가족송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시야마 씨는 “솔직히 셰어하우스의 ‘가족’이 귀찮게 여겨질 때도 있었다(웃음)”고 전했다. 셰어하우스 시프트는 동아리 활동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생활해 본다는 것이 콘셉트. 따라서 가급적 규칙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주방 사용법, 육아 방식 마찰 등등 부딪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여전히 가족 본연의 자세를 멤버들과 모색 중이라고 한다.
지난 6년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시프트를 떠난 사람들도 있다. 이시야마 씨는 “떠날 때마다 슬펐는데, 이제는 멤버들이 빠지고 들어오고 하는 것도 개개인의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6년이 지나고 든 생각은 “인생의 단계에 따라 소중히 하고 싶은 것들이 달라지고, 확장가족을 필요로 할 때와 필요로 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 역시 6년 전에는 자신만을 위해 사는 시간에 충실했으며, 지금처럼 아이들에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자 조금씩 여유로워지면서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더 맺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게 됐다. 이시야마 씨는 “확장가족은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땐 다시 돌아오면 되고, 마음 편한 거처가 되길 꿈꾼다”고 덧붙였다.
확장가족을 취재한 NHK는 “과거 이웃끼리 돕고 살던 지역사회가 떠올랐다”고 평했다.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넓혀 가는 것. 실은 지금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으나 핵가족화, 도시화에 의해 사라졌고, 그것이 새로운 형태가 되어 등장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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