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원격 접객 가능해 인력난 해소…셀프계산·일회용품 최소화·냉동식품 주력 등 획기적 평가
#어디서나 누구나 일할 수 있다
편의점 업계는 이름 그대로 ‘편리함’을 추구하며 시장을 확대해왔다. 한편으로는 24시간 영업에 의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문제, 폐기에 의한 막대한 식품손실, 플라스틱 쓰레기 증가, 여기에 일손 부족까지 겹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일본 편의점 체인 로손이 실험형 점포 ‘그린로손 1호점’을 오픈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편리함’을 재검토하는 등 고정관념을 지운 대처가 엿보인다. 가장 큰 특징은 접객하는 점원이 아바타라는 점. 매장에 들어서자 아바타가 “어서 오세요”하며 고객을 맞이한다.
언뜻 아바타라고 하면, AI(인공지능)로 정해진 내용만 읊을 것이라 여기기 쉽다. 하지만 그린로손은 원격지에서 점원이 실시간 접객하는 시스템이다. 계산은 기본적으로 셀프. 모니터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고객의 동작 등을 보고 있기 때문에 셀프 계산 시 어려움을 겪으면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마치 눈앞에 있는 것과 같이 점원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인기상품을 알려달라”고 모니터에 말을 걸자 ‘카눌레 디저트’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닛케이트렌디’에 따르면 “최근 일본 편의점 업계는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로손 측은 “가게로 출근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인력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로손 사업지원본부장인 쓰키우다 가즈키 씨는 “아바타 접객의 경우 남녀노소, 혹은 장애가 있어 출근할 수 없는 사람도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난 해소의 유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9월 ‘아바타 오퍼레이터’ 공모를 했더니 육아·간병으로 시간 제약이 있는 사람, 신체적 이유로 접객업이 어려운 사람 등 10~60대까지 약 400명이 응모를 해왔다. 그중에서 경력자와 장애가 있는 사람 등 30명을 채용했다고 한다. 쓰키우다 본부장은 “향후 일손 부족이 심각한 심야 시간대에 복수 점포를 관리하는 구조도 생각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도쿄와 오사카 등지에서 일할 아바타 오퍼레이터 50명, 2025년까지 1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냉동 도시락에 주력하는 이유
기존 매장과 다른 점은 아바타 접객만이 아니다. 편의점 업계가 안고 있는 식품 손실 및 플라스틱 삭감 등의 대처를 시험해보고,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린로손의 상품 수는 약 4200개로 통상 편의점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폐기되는 식품 손실을 막기 위해 상온이나 냉장 도시락은 취급하지 않고 있다. 대신 냉동 도시락과 점내 주방에서 만드는 도시락만을 판매한다.
상온 및 냉장 도시락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 대상이 되므로 식품 손실의 원인이 된다. 반면, 냉동 도시락은 유통기한이 길어 식품 손실이 나기 어렵다. 2월부터는 매장 한쪽에 해동기를 설치해, 냉동 도시락을 즉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식품 손실 감소와 매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실험이다. 가령 날씨나 고객 방문 수 등에 근거해 해동 도시락 수를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폐기량을 확연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냉장쇼케이스에 문이 달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는 고객이 페트병이나 샌드위치 등 식품을 꺼내기 쉽게 냉장쇼케이스가 개방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린로손은 문을 달아 대폭적인 에너지 절약을 실현 중이다. ‘닛케이트렌디’는 “기존보다 30~40% 절전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매장 내 업무를 대부분 무인화함으로써 남은 인력이 도시락 조리에 주력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일부 메뉴는 ‘모바일 오더’ 방식을 도입했는데, 모바일로 주문하고 카운터에서 조리된 음식을 받는 흐름이다. 특히 인기가 높은 한국요리 순두부찌개랄지 일반 편의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전문 메뉴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손 측은 “설령 냉동식품이라도 한번 손을 거쳐 방금 만든 것이 맛있다는 니즈를 반영했다”고 전했다. 요컨대 편의점이 도시락업체의 경쟁자로 떠오른 셈이다.
#편의점 전환기 맞아 ‘편리함’ 재검토
로손은 이전부터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2019년에는 아이스커피를 종이컵으로, 2022년에는 손잡이 부분에 구멍을 뚫어 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줄인 스푼과 포크를 도입한 바 있다. 그린로손은 이보다 강력한 정책을 펼친다. 예를 들어 비닐봉지와 일회용 젓가락·스푼을 철폐했으며, 장바구니는 친환경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다. ‘고객이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을 위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자 한다.
‘계산은 셀프’ ‘비닐봉지와 젓가락이 없다’ ‘문을 한 번 더 여는 수고를 들여 페트병을 집어야 한다’ 등 그린로손의 대처는 여태껏 편리함에 중점을 뒀던 편의점이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는 걸 뜻한다. 1호점이 문을 연 지 이제 5개월. 과연 성과는 어떨까. 로손 측에 따르면 “원래 실험형 점포에서는 매상 증가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불편함으로 인해 ‘고객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까’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고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놀랐다”고 한다.
아직은 기존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직원 2명이 근무 중이다. 다만, 일의 질이 많이 달라졌다. 계산대에 서서 작업하는 일이 사라져서인지 직원들로부터 “일하기 쉬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손 측은 “그린로손에서 시도하는 도전이 모두 성공하지는 못하겠지만, 이익을 내면서 지속 가능한지를 검증하고, 효과적이라 판단된 시책은 다른 가게에도 넓혀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본 매체 ‘주간다이아몬드’는 “인력부족이 비단 로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비슷한 편의점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 예측했다. “‘불편한’ 편의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대”라는 설명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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