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돈나는 요가 자세를 이용한 섹슈얼한 댄스로 종종 지탄을 받기도 한다. 로이터/뉴시스 |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은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이 될 때 그가 가톨릭 신자라는 것이 문제시될 정도로 기독교적 문화로 가득 찬 나라다. 하지만 20세기가 되면서 조금씩 종교적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그 중심엔 할리우드가 있었다. 그 시작은 100여 년 전이었다. 이때부터 할리우드엔 인도의 종교적 사상이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그 선두 주자는 한국에도 <자기로부터의 혁명>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등의 책으로 유명한 인도의 사상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였다. 그레타 가르보나 찰리 채플린 같은 빅스타들은 인도에서 온 자기 해방적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고, 여기엔 올더스 헉슬리나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같은 작가들도 합류했다. 하지만 이 시기만 해도 이른바 ‘추종자’들이 알아서 그 사상을 접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이었지 어떤 종교적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할리우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도 사상가는 마하리쉬 마헤시 요기였다. 1960년대 미국은 앨런 긴스버그나 잭 케루악 같은 비트 세대의 작가들에 의해 ‘선’(Zen)이 유행했는데 이때 마하리쉬가 이야기한 초월적 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 즉 ‘TM’은 많은 인기를 끌었다. 비틀스는 가장 유명한 추종자였다.
TM에서 중요한 것은 ‘만트라’라는 주문이었는데, 이것은 마하리쉬가 한 개인을 위해 선택한 비밀스러운 말이었다. 즉 모든 사람마다 다른 만트라가 있으며 그것은 타인과 공유할 수 없고 절대로 서로 알아서도 안 되는 자신만의 주문 같은 것이었다(나중에 마하리쉬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만트라를 알려주었다는 것이 들통 나긴 했다).
할리우드에 본격적으로 동양 종교의 영향력이 미친 건 1990년대, 영적 스승인 ‘구루’(guru)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마하리쉬의 제자였던 인도 출신의 의사 디팍 초프라는 서양 의학과 동양의 자연 치유 사상을 결합한 대체 의학을 주창했다. 그 핵심은 ‘도샤’(dosha) 즉 ‘기질’이다. 도샤를 잘 다스리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주장으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그의 저서가 소개되면서 수많은 할리우드 셀러브리티의 러브콜을 받았다. 신비주의 종교 트레이닝이 고도의 상업화를 맞이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명상과 채식주의가 수반되는 3일 동안의 세미나 가격이 600달러에 달했고, 이후엔 골프와 요가가 결합되기도 했다. 데미 무어, 신디 크로포드, 마이클 잭슨, 스티븐 시걸, 마돈나, 조지 해리슨 등이 초프라를 구루로 떠받들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이후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Kabbalah)의 신도가 되었다.
1990년대에 티벳 불교도 할리우드의 빼놓을 수 없는 종교 아이템이었다. 리처드 기어와 브래드 피트가 대표적. 스티븐 시걸도 빼놓을 수 없는데 초프라를 통해 완전히 다른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던 시걸은 이후 티벳 종교에 심취해 툴쿠(tulku), 즉 최고 단계의 승려가 되어 이후 자신이 어떻게 환생할지 선택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도 했다. 한편 티나 터너처럼 일본 불교의 종파 중 하나인 남묘호렌게쿄를 믿는 사람도 있었다.
구루의 등장과 함께 각광받은 것이 바로 요가다. 도나 카란 같은 패션 디자이너는 스와미 사치나난다의 요가 스튜디오를 후원했고, 스와미는 유명 가수인 캐럴 킹이 기부한 땅에 요가 마을인 ‘요가빌’(Yogaville)을 세우기도 했다. 셀러브리티(배우, 가수, 스포츠선수 등 유명인사를 일컫는 말)와 가장 밀접한 요가 구루는 카우르 칼사. 그녀의 쿤달리니 요가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멤버들, 로잔나 아퀘트, 데이비드 듀코브니를 비롯 마돈나와 커트니 러브 등의 제자를 두고 있다. 카우르 칼사는 인도의 시크교에서 유래한 ‘시크 다르마’를 따르는데, 이 사상에 의하면 인간이 순수한 존재가 되기 위해선 새벽 3시에 일어나 기도와 명상과 냉수 샤워 등의 트레이닝과 함께 철저한 채식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한편 마돈나는 요가 자세를 이용한 지나치게 섹슈얼한 댄스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 나오미 캠벨. |
그렇다면 유명 인사들은 왜 이러한 종교에 끌리는 것일까? 릭 로스라는 종교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셀러브리티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일반인’들처럼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고 ‘존재의 진실’을 알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존재가 트렌드에서 앞서갈 수 있는, 이국적인 매력이 있는 구루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진리에 접근한 듯한 동양적 종교의 쿨한 매력. 할리우드 스타들이 요가와 명상과 신비주의로 기우는, 가장 큰 요인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