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조장” “아동 권리 침해” 비판 제기되자 보건복지위 ‘추후 재논의’ 결론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출생통보제 도입을 그 골자로 한다. 개정안이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병원 등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수원 영아 유기 사건을 보면 병원에서 출산했지만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라며 “출생통보제가 미등록 아동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논란은 출생 미신고 영유아 사고 방지 입법의 또 다른 축인 보호출산제에서 발생했다. 보호출산제가 시행되면 산모는 병원에서 자신의 신분을 가린 채 아이를 낳을 수 있다. 태어난 아이는 곧바로 산모와 분리돼 입양 대상 아동이 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보호출산제가 출산 기록과 입양 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는 미혼모가 병원 바깥에서 아이를 낳는 걸 예방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보호출산제가 입양을 조장하는 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민정 대표는 “많은 미혼모가 양육을 결심한다. 아이를 입양 보낸 다음 다시 찾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미혼모의 출산 관련 기록이 비밀에 부쳐지면,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미혼모가 아이와 헤어지는 결정을 성급하게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김 대표는 우려했다.
또한 아동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호출산제는 당사자가 동의하기 전에는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입양된 아이는 당사자 동의가 없다면 자기 부모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부모의 유전질환이나 상속에 대한 정보 역시 열람하기 힘들어진다.
아울러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1994년부터 보호출산제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는 프랑스에 친모의 동의 없이 정보를 공개하라고 꾸준히 권고하고 있다. 프랑스의 정책이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도 조약에 가입한 지 30년이 넘었다”며 협약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보호출산제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김지환 ‘아빠의 품’ 대표는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며 “알 권리도 생존권이 보장된 다음 주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6월 28일 본인의 SNS에 “(보호출산제에 대한 반대 주장은) 위험한 상태에 있는 영아들이 전부 죽고 난 다음 법을 만들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7일 보호출산제에 대해 ‘추후 재논의’ 결정을 내렸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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