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도둑들> 4인의 설정컷. 사진제공=퍼스트룩 |
# 누가 가장 마지막까지 속을 썩였나?
▲ 김윤석. |
반면 가장 늦게 <도둑들>에 합류한 배우는 김혜수다. 김혜수가 <타짜>의 ‘정마담’을 통해 또 한 번 연기 정점을 찍으며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 것을 감안하면 주저 없이 섭외에 응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최동훈 감독은 “김혜수는 <도둑들>의 ‘팹시’가 ‘정마담’처럼 보일까 우려했다. 시나리오만 봐서는 어떤 캐릭터인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랜 대화 끝에 김혜수를 설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진정한 ‘내조의 여왕’은 따로 있었다?
<도둑들>의 언론시사회가 끝난 후 ‘전지현의 부활’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오갔다. 톡톡 튀는 대사가 돋보이는 ‘예니콜’의 모습은 <엽기적인 그녀> 시절 전지현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지현을 <도둑들>에 합류시킨 주인공은 제작자 케이퍼필름의 대표이자 최동훈 감독의 아내인 안수현 PD다. 전지현과 안 대표는 영화 <4인용 식탁>을 만들 때 각각 주연배우와 프로듀서로 만났다. 이후 10년간 친분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도둑들>로 또 다시 의기투합한 것.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과 작업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친한 언니(안수현)의 남편이었기 때문에 더욱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최동훈 감독에 대한 안 대표의 내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도둑들>을 열고 닫는 배우는 특별 출연한 신하균이다. 그는 미술관을 운영하는 재력가로 분해 전지현 김혜수 등과 호흡을 맞췄다. 2009년작 <박쥐>에서 안 대표와 함께 일했던 신하균은 흔쾌히 카메오 출연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후문. 최동훈 감독은 “두 여배우와 동시에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을 것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가장 몸값 비싼 배우는 누구?
▲ 최동훈 감독. |
충무로 흥행보증수표인 김윤석의 편당 개런티가 4억~5억 원에 이르고 전지현과 김혜수가 여배우 중 최고 대우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금액이다. <도둑들>의 주연급 배우들의 전작 기준으로 통상 받는 개런티를 합하면 20억 원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이는 배우들 스스로가 몸값을 낮췄기에 가능했다. 주연배우들은 케이퍼필름을 설립하고 창립작을 만드는 최동훈 감독에 대한 믿음과 의리로 실제 몸값보다 하회하는 개런티를 받고 기꺼이 촬영에 참여했다. 이 관계자는 “배우들의 개런티를 일일이 공개할 순 없지만 가장 몸값 비싼 배우는 김윤석이었다”고 살짝 귀띔했다.
# 임달화를 캐스팅한 비결은?
1980~90년대 홍콩 영화를 즐겨본 영화팬이라면 <도둑들>에 출연한 임달화가 반가울 것이다. 그는 <첩혈가두> <의천도룡기> <엽문> 등 200편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한 홍콩 영화의 산증인이다.
임달화를 캐스팅하기 위해 최동훈 감독은 직접 편지를 썼다. 진심을 담아 쓴 최 감독의 편지를 읽은 임달화는 흔쾌히 <도둑들>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최동훈 감독은 “인맥이 없었기 때문에 편지를 쓰는 방법밖에 없었다. 서툰 영어로 편지를 썼는데 운 좋게 캐스팅할 수 있었다. 중국의 국민배우와도 같은 임달화 덕분에 마카오 촬영이 한결 수월했다”고 밝혔다.
최동훈 감독은 임달화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도 전했다. 최 감독은 “국내 촬영을 위해 부산을 찾은 임달화는 한국에도 집을 한 채 마련하고 싶다며 지도를 보여 달라고 했다. 지도를 한참 들여다보던 임달화는 성북동과 청담동을 가리키며 ‘이곳이 좋겠다’고 하더라. 역시 고수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 스타파 vs 연기파의 대립?
<도둑들>의 배우들은 크게 ‘스타파’와 ‘연기파’로 분류됐다. 뛰어난 연기력을 앞세운 김윤석과 김혜수는 ‘연기파’였고, 연기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가 더 높은 전지현과 이정재는 ‘스타파’였다. 극중 ‘마카오박’(김윤석)이 ‘뽀빠이’(이정재)를 향해 “넌 여전히 연기가 어색하냐”고 툭 던지는 대사는 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언뜻 봐서는 배우들 간의 알력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의 팀워크는 탄탄했다. 전지현은 “‘연기파는 무얼 먹고 사시나요?’라고 농담을 건네는 등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촬영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당일 촬영 분량을 마친 후에도 각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김윤석이 직접 마트에 가서 먹을거리를 사오면 ‘맏언니’인 김혜수가 나서서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뚝딱 만들어 회식을 했다. 회식이 끝난 후에는 전지현이 설거지를 담당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전지현은 술에 취한 동료들을 대신해 뒷정리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최동훈 감독은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촬영이 진행됐다. ‘쟁쟁한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니 이런 광경도 보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빙그레 웃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