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원장이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본격적인 검증을 받는 가운데 안 원장과 최태원 회장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새로운 정황이 드러났다. 일요신문DB |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안 원장과 최 회장이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정황이 새롭게 포착됨에 따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최태원 SK 회장. |
이러한 조 의원의 주장에 대해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억지 논리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안 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금태섭 변호사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최태원 회장 구명운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최 회장과 안 원장이 업무상 특수한 이해관계가 있었지 않았냐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40명의 브이소사이어티 회원 전원이 서명한 것이고, 그 중 한 명일 뿐인데 다른 근거 없이 두 사람이 무슨 동업자 관계다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일요신문>은 안 원장이 ‘사업적으로’ 최 회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2004년 6월경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는 SK그룹 핵심계열사인 SK텔레콤과 공동으로 휴대폰용 백신 ‘V3 모바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V3모바일은 SK텔레콤이 무선통신플랫폼 부문을, 안철수연구소가 모바일 백신엔진기술 부문을 담당했다고 한다.
당시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최 회장 역시 2003년 9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SK텔레콤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안 원장이 탄원서에 서명하고 구명운동을 하던 시기에 안철수연구소와 SK텔레콤이 V3 모바일 개발을 위한 합작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안 원장과 최 회장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 원장이 재벌의 금융업 진출에 동참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나왔다. 지난 2001년 안철수연구소 자회사인 인터넷 보안업체 ‘자무스’가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이 대표로 있는 SK·코오롱·롯데 등 대기업과 함께 자본금 1000억 원 규모의 인터넷은행 ‘브이뱅크’를 공동 설립키로 하고 준비 컨소시엄에 참여했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가 인터넷은행도 일반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금산분리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하면서 무산됐지만 당시 이들은 적극적으로 금융업 진출을 모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 원장이 자신의 저서와 강연 등에서 ‘금산분리’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중적 처사로 비난받을 소지가 크다. 이에 대해 금태섭 변호사는 “인터넷 은행은 기업이 아닌 개인 상대 은행이라 금산분리와 무관하다. 자무스가 인터넷 보안회사여서 인터넷은행 관련 연구를 위해 3000만 원을 투자했던 것인데 이 돈으로 은행 설립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DJ 청와대가 결성 주도
특히 이 모임이 만들어진 과정에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실세들이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흥미를 끈다. 재계 기반이 취약했던 DJ 정부가 당시 신 주류층으로 급부상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유력 벤처 경영인들 세력을 규합하고 끌어들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든 모임이라는 것이다. 여기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동교동계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래전 일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재웅, 변대규, 안철수 등이 참석한 모임에 몇 번 나간 적이 있다. 이들과 만나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청와대가 주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DJ 정부가 관여해 만든 이 모임은 1년 뒤 재벌 2·3세들까지 합세해 브이소사이어티라는 주식회사로 탈바꿈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동]
▲ 브이소사이어티의 등기부상 주소지인 성남시 서현동 경림빌딩. 그러나 이곳에 브이소사이어티는 없었다. 최준필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의 주도로 2000년 9월 설립된 브이소사이어티의 구성은 주주로 참여한 대기업과 벤처기업 CEO들이 주축이 됐다. 또 주주의 자격은 없지만 회원자격을 부여받은 기업 CEO 들도 브이소사이어티에 참여했다.
대기업 주주들의 경우 그 면면을 살펴보면 현재 재계의 주축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최 회장 외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백화점 부회장, 이홍순 전 삼보컴퓨터 대표이사, 김준 경방 부사장, 이종훈 대유그룹 사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 11명이 대기업 주주로 참여했다.
벤처 CEO 주주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창업자 외에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이사(전 이니시스 사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허진호 네오위즈 대표이사, 박규헌 이네트 사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박창기 전 팍스넷 사장,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김창수 NSF 사장 등 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개인이름으로 1인당 2억 원씩 브이소사이어티에 출자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입회비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입회비보다는 사업투자자금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당시 안 원장은 이들보다 뒤늦게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모두 21명의 주주로 브이소사이어티는 시작했다.
이밖에 주주는 아니지만 회원사로 참여했던 CEO는 강성욱 GE코리아 사장, 윤남철 드리머 사장, 정태호 코세로지스틱스 사장, 조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 김학수 안건회계법인 사장, 장영승 나눔기술 사장, 백종관 보이스웨어 사장, 은진혁 KPMG 파트너, 정준 솔리드기술 사장, 김광태 퓨처시스템즈 사장,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 서지현 버추얼텍 사장, 장성익 3R 사장, 백원장 인텍텔레콤 사장 등 17명이다. 이들은 주주 자격은 없으나 브이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포럼이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들 역시 2000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매년 500만 원의 회비를 지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미성빌딩 4층에 위치했던 브이소사이어티 사무실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세미나가 열렸다. 당시 브이소사이어티를 취재했던 기자는 “목요일만 되면 7층짜리 나지막한 빌딩에 검은색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섰다”고 표현했다. 보통 오후 6시부터 2시간 반 정도 열린 세미나의 주제는 주로 ‘브이소사이어티 포럼’ ‘동아시아 기업의 글로벌 전략’ 등이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