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8월 5일 발표한 긴급 연석회의 합의문 중 일부다. 합의문엔 공천헌금 의혹 진상조사위 구성, 경선 일정 재개 등도 포함됐다. 황우여 대표,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 대선주자 5인 등이 참여한 연석회의가 우여곡절끝에 끝나면서 지난 3일부터 중단됐던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일정은 6일부터 정상화된다. 또한 각 후보 진영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꾸려진 진상조사위가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공천헌금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친박 측은 연석회의 직전까지 제기됐던 ‘박근혜 책임론’이 수그러들었다는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처럼 겉으로는 각 대선후보 간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이지만 연석회의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상당해 여전히 ‘불씨’는 살아 있다. 수사 결과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지난해 12월 비대위 출범이후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지난 공천에서 잘못된 일을 왜 현재의 대표가 책임지는지 모르겠다. 도의적인 것이라면 몰라도….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총선에서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했던 박 전 위원장에게 물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당 일각에선 황 대표가 비대위 시절 당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을 역임했기 때문에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이 전권을 휘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 아바타’로까지 불렸던 황 대표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천헌금 사태 직후부터 불거졌던 황 대표 사퇴론도 좀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리더십에 생채기가 난 황 대표로는 대선을 치루기 힘들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이 8월 4일 “국민께 머리 숙이고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대변인직에서 사퇴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대변인은 “(황 대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하고 필요하다면 거취에 대한 입장도 밝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경필 의원도 “황 대표는 이미 정치적 지도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해결할 주체가 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석회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황 대표 사퇴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엔 친박의 입장이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초 친박은 비박주자들의 황 대표 사퇴 요구를 ‘박근혜 흔들기’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절대 불가’를 고수해 왔다.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황 대표 다음 차례는 박 전 위원장 아니겠느냐. 일단 판을 깨려는 의도로 판단했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황 대표를 계속 안고 가기엔 부담감이 너무 크다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앞서의 캠프 관계자는 “비박 주자들이 경선에서 계속 공천헌금 문제를 가지고 박 전 위원장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박 전 위원장에게까지 ‘불똥’이 튀기 전에 황 대표 선에서 잘라야 한다는 보고들이 올라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