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트와 애니스턴은 바쁜 일정 탓에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파경에 이르렀다. 로이터/뉴시스 |
만나기 전부터 그들은 할리우드 ‘사랑의 유람선’의 꽤 유명한 승객이었다. 특히 브래드 피트의 연애 경력은 꽤 긴 리스트를 자랑한다. 배우가 된 후 첫 연인은 단역 시절 TV시리즈 <21 점프 스트리트>(1988)에서 만난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그들의 인연은 짧게 끝났고 TV시리즈 <댈러스>(1987~88)에서 만난 쉐일런 맥콜과 연인이 된다. 이후 그는 종종 같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과 사랑에 빠졌다.
TV시리즈 <헤드 오브 더 클래스>(1989)에서 만난 로빈 기븐스는 마이크 타이슨과의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방금 끝낸 상태로, 피트의 품에서 잠시 안식을 찾았다. <투 영 투 다이>(1990) 촬영장에서 만난 줄리엣 루이스는 16세였는데, 피트는 10세 연하인 그녀와 4년 동안 동거했다. 피트는 <델마와 루이스>(1991)에서 지나 데이비스를 유혹하는 건달 역으로 스타덤에 오르는데, 촬영이 끝난 후 데이비스와 실제로 1년 동안 연인으로 지낸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에서 공연한 탠디 뉴튼을 거쳐 <세븐>(1995)에서 기네스 팰트로를 만난 피트. 그들은 1996년에 약혼했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피트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애니스턴도 20대 초반부터 찰리 슐래터나 대니얼 맥도널드 같은 TV 배우와 록 밴드 카운팅 크로우즈의 보컬 애덤 듀리츠 등과 연인이었다. 한때 샌드라 불럭의 연인이었던 배우 테이트 도노번과는 꽤 심각한 관계로 1998년까지 2년 동안 동거를 했는데, 그와 헤어진 후 애니스턴은 한동안 침울한 상태였다. 이때 그녀의 매니저는 블라인드 데이트를 주선했고 그 자리에 나온 사람이 바로, 팰트로와 헤어진 상태였던 브래드 피트였다. 애니스턴과 피트의 매니저는 절친이었는데 두 사람이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에 월하빙인을 자처했고, 선남선녀는 첫 만남부터 강하게 끌렸다.
<프렌즈>의 레이첼과 당시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남성 스타 사이의 수상한 움직임을 파파라치들이 놓칠 리 없었다. 처음에 비밀스러운 만남을 가져가던 그들은 1999년 11월 뉴욕의 스팅 콘서트에 함께 나타나 커플임을 공인했고, 이때 애니스턴의 손가락엔 큼직한 다이아몬드가 반짝이고 있었다. 약혼반지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웃는 얼굴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2000년 7월 29일 말리부 해변에서 그들은 100만 달러짜리 호화 결혼식을 올렸고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하얀 텐트 안에서 서약을 했다. 결혼 후 그들의 경력은 승승장구했다. 피트는 <트로이>(2004)에서 2000만 달러의 개런티를 받았고, 애니스턴은 <프렌즈>에서 회당 100만 달러를 받는 빅 스타가 되었다. 금슬도 나쁘지 않았다. 피트가 간절히 아이를 원하자 애니스턴은 13년 동안 피워왔던 담배를 끊는 결단력을 보여주었고, 한때 그들 부부가 동반 출연하는 영화가 기획되기도 했으며, 같이 ‘플랜 B’라는 영화사를 차리기도 했다.
▲ 영화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
▲ 피트와 졸리. |
한때 저널이 ‘뉴 밀레니엄의 골든 커플’이라고 떠들어댔던 피트와 애니스턴의 만남과 헤어짐은 21세기 할리우드의 가장 시끄러운 스캔들이었다. 동화 같았던 만남에 비해 결별은 수상한 소문들로 들끓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할리우드 커플들에게 하나의 교훈을 주었다. 그들의 사랑에 가장 위험한 곳은 영화 현장이라는 것. 로버트 패틴슨이 그 교훈을 새겼다면 연인을 좀 더 철저하게 단속했을지도 모른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