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킴 베이싱어와 알렉 볼드윈은 이혼한 뒤 딸의 방문권을 놓고 끊임없는 소송전을 벌였다. |
1970년대를 풍미하던 모델이었던 킴 베이싱어는 1980년대에 영화배우가 되기 전부터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과 종종 스캔들을 뿌리곤 했다. 모델 동료였던 데일 로비넷을 비롯, 버트 레이놀즈나 제프 브리지스 같은 당대의 마초 스타와 연인 관계였고, 첫 영화 <텍사스여, 안녕>(1981)에서 만난 (우리에겐 과거 <에어 울프> 시리즈로 유명한) 얀 마이클 빈센트와도 잠시 사귀었다. 첫 남편은 데뷔작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론 브리튼. 27세였던 베이싱어와 42세인 브리튼은 1980년에 결혼했다.
브리튼과의 결혼 생활은 베이싱어가 <배트맨>(1989)에 출연하면서 끝을 맞이했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존 피터스와 사귀게 된 것. 베이싱어는 1988년에 이혼했고, 이후엔 록스타 프린스와 염문을 뿌렸지만 헤어졌다. 이 시기 그녀는 배우로서, 섹스 심벌로서 상승기에 있었지만 정작 자신은 로맨스 영화에 더 관심이 있었다. 이때 만난 영화가 바로 <결혼하는 남자>(1991)였다. 당시 뜨겁게 떠오르던, 알렉 볼드윈과 공연하게 되었고, 주변에선 두 명의 섹시 스타가 어떤 화학 작용을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었다.
▲ 영화 <결혼하는 남자> 한 장면. |
영화가 끝난 후 볼드윈은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했지만 당시 베이싱어는 복잡한 상황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1993)에 구두 계약을 했던 베이싱어는 캐릭터 수정을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자 출연을 거부하면서 제작사와 소송에 걸린 것. 그 과정에서 소송 비용으로 많은 돈을 쓴 베이싱어는 거의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이때 볼드윈과 베이싱어는 함께 <겟어웨이>(1994)에 출연할 예정이었는데, 볼드윈은 이 영화의 개런티 중 절반을 베이싱어의 소송비로 부담했고, 이후 그들은 1993년 8월 19일, 뉴욕의 이스트 햄튼에서 결혼했다.
▲ 영화 <겟어웨이> 한 장면. |
그들 사이가 벌어진 것도 이 즈음이었다. 볼드윈은 뉴욕의 롱아일랜드 지역에 살고 싶었지만, 베이싱어는 캘리포니아 해안을 원했다. 볼드윈은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원했지만, 베이싱어는 싫어했다. 볼드윈은 공인이면서도 돌출적인 행동을 종종 했지만, 베이싱어는 튀는 것을 싫어했다. 그들이 공공 장소에서 다투는 장면을 찍은 파파라치 사진이 타블로이드 신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결국 부부는 카운슬링을 시작했지만, 볼드윈은 조금 하다가 포기했다. 그리고 2001년, 베이싱어는 법원에 이혼 신청을 했다.
여기까진 할리우드 스타 커플의 일반적인(?) 이혼 코스일 수 있지만, 이들의 결별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건 1995년에 태어난 딸 아일랜드를 둘러싼 양육권 소송이었다.
베이싱어가 기르는 것에 대해 처음엔 합의된 듯 보였다. 볼드윈은 정해진 시간에 방문권이 주어졌고, 딸과 좀 더 시간을 지내려면 딸의 방에 설치된 전화로 베이싱어와 통화를 한 후 허락을 받아야 했다. 법원은 볼드윈에게 분노를 억누르는 정신 치료와 함께 부모 교실에 참가하라고 명령했고, 베이싱어는 컴퓨터를 통해 볼드윈에게 2주에 한 번씩 딸의 활동 상황을 고지해야 했다.
그런데 2003년 볼드윈은 딸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며 베이싱어를 고소했고, 2004년에도 소송이 있었다. 법원은 볼드윈의 방문권을 조금 더 허락했지만, 그들은 한편으로 “9살 된 딸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부모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는 충고를 들어야 했다. 소송은 연례 행사였다. 2005년에도 볼드윈은 소송을 걸었다. 베이싱어가 아버지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딸과 만나는 걸 방해한다는 것. 하지만 베이싱어의 양육권은 인정되었다. 그리고 2007년, 볼드윈은 전화 통화를 하다가 12세 된 딸에게 욕을 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베이싱어와 볼드윈의 ‘사랑과 전쟁’은 딸의 양육권과 결부되면서,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현상으로 해석되었다. 최근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와 수리 크루즈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서 알 수 있듯,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커뮤니티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안타까운 상황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킴 베이싱어는 이렇게 말한다. “상대방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할 때, 용서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가끔씩 그에게 살의를 느끼기도 한다. 이 세상엔 수많은 이혼과 결손 가정이 있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정서적 질병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건 비극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