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거듭되는 열애설에 강한 부정으로 일관해온 이병헌과 이민정이 19일 오후 각각의 공식 홈 페이지에 글을 남겨 교제를 공식 인정했다. '이민정 곰인형' '이병헌 차' 등 다양한 검색이를 양산하며 새로운 톱스타 커플의 탄생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왜 지금 이 시점에 열애 사실을 인정했느냐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친필로 남긴 글을 통해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던 중 퍼져버린 열애설에 크게 당황스럽고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라며 “둘만의 개인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가족들이나 각자 소속사와의 관계도 있다 보니 감정에만 치우쳐 경솔하지 않으려 좀 더 신중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민정 역시 “당시 아직 팬들과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것으로 인해 겪게 될 상황들에 대해 감내할 준비가 미처 되어 있지 못했습니다”라며 “무엇보다 부모님과 소속사 모두 모르셨던 일이라 제 입장에서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제 판단이나 믿음 그 모든 것들이 좀 더 단단해지고 확고해 진 후에 용기를 내어 여러분에게 솔직하게 말씀 드리려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양측이 남긴 글을 통해 추론할 수 있는 열애 인정 이유는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으며’ ‘열애설 공개로 인한 상황들을 감내할 준비가 됐으며’ ‘판단과 믿음 등이 좀 더 단단해지고 확고해졌기 때문’ 등이다.
결국 그만큼 사랑이 깊어졌고 믿음이 굳건해졌다는 의미인데 이는 쉽게 결혼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의문으로 연결된다. 그렇지만 이민정은 글을 통해 “아직 저희 두 사람은 결혼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았으며, 정해진 것들도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최근 제기된 11월 결혼설이 교제 인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을 가능성도 크다. 소문이 너무 앞서가 결혼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계속 침묵으로 일관할 수는 없었던 것. 깨끗하게 교제를 인정해 결혼설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발표 시점이 이병헌의 새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개봉을 앞둔 시점이라 영화 홍보를 위한 메가톤급 이벤트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이병헌 입장에서 다소 부담이 되는 영화이긴 하다. 우선 첫 번째 사극인데다 2년여 만에 개봉되는 한국 영화다.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만큼 이병헌의 한국 영화 출연은 점차 그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0년 작 <악마를 보았다>가 작품성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흥행에선 대박이라는 성적표를 받진 못했다. 국내 시장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이병헌 입장에선 이번 영화의 흥행 대박이 절실하다. 또한 이병헌이 왕과 왕을 닮은 이를 동시에 연기한다는 부분이 최근 개봉한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닮아 있다는 부분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톱스타, 아니 월드 스타로 발돋움한 이병헌이 열애설을 홍보 전략으로 활용했다고 보긴 어렵다. 게다가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나이인 데다 열애 상대 역시 톱스타다. 단순히 영화 홍보를 위해 교재를 공식 인정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후폭풍도 크다.
그렇지만 이병헌에겐 그 나름의 사정도 있다. 이병헌 출연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시작으로 연이어 개봉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2>와 <레드2>가 연이어 개봉하는 것.
문제는 열애 공식 인정 시점이다. 물론 이번에도 열애설을 부인했을 수 있다. 그들의 주장처럼 11월 결혼설만 사실무근이라면 다소 간의 여유는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한 번 열애설을 부인하면 언제 이를 공식 인정하느냐가 부담이 된다.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열애 사실을 인정할 경우 자칫 <지아이조2>나 <레드2>의 개봉 시점과 맞물릴 수 있다. 이럴 경우에도 영화 홍보를 위해 열애설을 터뜨린 게 아니냐는 의혹은 또 제기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와 흥행 경쟁을 벌이는 할리우드 대작의 홍보를 위해 열애설을 공식 인정한 것처럼 보일 경우 이병헌은 다소 곤란해 질 수 있다. 한국 영화 관계자들과의 관계까지 어색해질 수도 있다.
결국 이런 상황들을 감안해 오랜만에 출연하는 한국 영화인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개봉 시점에 맞추려 교제 사실을 공식 인정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오는 9월 3일로 예정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기자시사회에서 이병헌이 이번 열애설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에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