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행 상당 부분 인정, 일부 혐의는 객관적 증거 없고 다툼의 여지 있어”
9월 21일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범인 도피 등의 혐의를 받는 유아인과 사건의 공범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기각 사유로 윤 부장판사는 "유 씨가 범행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고 있으며 관련 증거가 확보된 점, 대마 수수 및 대마 흡연 교사 부분과 증거인멸 교사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주거가 일정한 점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대마 수수 및 흡연 교사와 증거인멸 교사 부분에 대해 법원은 "유 씨가 대마 흡연을 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있으나 해당 행위가 대마 흡연 교사에 이르는 정도인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또한 증거인멸 교사 부분은 유 씨가 휴대폰(문자 등 내역)을 지우라는 이야기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인지와 삭제된 증거가 무엇인지 특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해당 내역을 삭제한 행위가 실제로 증거인멸에 해당하는지, 유아인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볼 수 있는지의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아인의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에 따르면 유아인은 2020년부터 서울 일대 병원을 돌며 미용시술 수면마취를 빙자해 약 200차례, 총 5억 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적으로 매수·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수십 차례에 걸쳐 타인 명의로 수면제 약 1000정을 불법 처방받아 투약하고, 지난 1월에는 공범 최 씨 등 4명과 함께 미국에서 코카인, 대마 등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월 1차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당시 법원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는 유아인이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인 점, 또 경찰 조사 때와 달리 영장실질심사에서 말을 바꿔 일부 혐의를 다시 인정한 점 등이 작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당시 법원은 유아인의 마약 혐의 중 코카인 투약에 있어서 일정 부분 다툼의 여지를 배제할 수 없어 유아인에게 방어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후 검찰은 유아인에 대한 보완 수사를 진행하던 중 그가 지인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미국 현지에 체류하면서 지인에게 대마 흡연을 강요한 혐의 등을 추가로 적발했다며 지난 9월 18일 2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결국 이마저 기각되면서 유아인은 다시 불구속 상태로 남은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이날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유아인의 지인 최 아무개 씨 역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대마 등 마약 혐의와 함께 보복협박 혐의를 받고 있는 최 씨에 대해 법원은 "대마 흡연 혐의를 인정하는 점, 수면제 매수 방조와 범인도피 혐의는 부인하지만 객관적 증거는 상당 부분 확보돼 있는 점, 보복협박 혐의는 최 씨와 피해자의 관계, 문자메시지 내용에 비춰볼 때 보복의 목적이 있었는지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유아인과 최 씨 모두 동종 범죄전력이 없고 성실하게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에 응했으며 도주 우려가 낮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유아인의 마약 투약 공범으로 지목된 유튜버 양 아무개 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 등(증거 인멸, 범인 도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을 받는 패션브랜드 대표 박 아무개 씨(40대·여성)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역시 유아인의 지인으로 알려져 있는 박 씨는 지난 4월 해외로 도피한 양 씨에게 출국 당일 자정께 돈을 입금하는 등 총 3차례에 걸쳐 1300만 원을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양 씨는 그 돈으로 비행기 표를 구매해 같은 날 아침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은 박 씨가 지인과 대화하며 "유아인의 지인인 최 씨가 입금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언급한 정황을 확인하고 그가 문자 메시지를 삭제하거나 졸피뎀을 매수한 혐의도 파악 후 이번 구속영장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법원은 "유아인이 박 씨에게 어떤 증거의 삭제를 지시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박 씨가 삭제한 자료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삭제된 부분이 본인의 범죄 사실에 관한 증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유아인은 심리가 끝난 후 호송차로 향하던 중 한 시민이 던진 실제 현금 뭉치를 얼굴에 맞았다. 해당 시민은 "영치금으로 쓰라" "어이가 없네? 감빵 가자!" 등의 비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차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유아인은 성난 시민이 던진 커피병을 맞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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