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등 일부 인정한 데다 도주 우려 없어 영장 기각…상대적으로 형량 무거운 코카인 재판 쟁점 될 듯
5월 24일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유아인의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칠 우려가 없어 보인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는 유아인이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인 점, 또 영장실질심사에서 말을 바꿔 일부 혐의를 다시 인정한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법원은 유아인의 마약 혐의 중 코카인 투약에 있어서 일정 부분 다툼의 여지를 배제할 수 없어 유아인에게 방어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유아인은 앞서 대마 흡연 혐의를 인정하고, 프로포폴과 케타민, 졸피뎀 등은 의료 목적으로 투약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유일하게 코카인은 수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부정해온 만큼 법원 역시 정확한 투약 시기나 횟수, 장소 등이 특정되지 않은 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까지 발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다소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2월부터 3개월 동안 이어진 수사를 통해 유아인의 마약 혐의를 모두 입증할 것을 자신해 왔고, 특히 코카인의 경우는 보강수사를 통해 투약 시점을 특정하며 유아인의 상습성을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탓이다. 더욱이 유아인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실제 거주지라고 허위 진술해 수사에 혼선을 주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아인의 실거주지를 다시 파악해 3월 7일 압수수색한 결과 마약 단서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경찰은 유아인이 사실상 마약 중독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체모와 소변 검사 등을 통해 검출된 마약의 양을 볼 때 상습 투약에 해당하는 데다 마약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도 그의 중독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약 수사관은 “비교적 부작용이 덜한 대마나 프로포폴에서 시작해 점차 강한 마약에까지 손을 대는 것은 마약 중독자들의 보편적인 특성”이라고 짚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유아인은 당초 혼자 피웠다고 주장했던 대마 혐의에 대해서 “여러 명과 함께 피웠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 수사에서 유아인이 지인 여러 명과 함께 대마를 흡연한 증거를 확보한 것을 알고 번복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교적 죄가 가벼운 대마 혐의를 경찰 수사 방향대로 완전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법원의 영장 기각 참작 사유를 노린 셈이다. 실제로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 중 하나로 유아인의 혐의 인정과 반성하는 태도를 꼽았다.
나머지 프로포폴, 케타민, 졸피뎀 등은 의료 목적으로도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만큼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면 질환 등의 치료를 위해 사용한 것이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프로포폴 투약에 대해 유아인 측은 “바늘 공포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받은 시술”이라고 주장했고, 졸피뎀은 수면 치료 목적으로 복용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다른 약으로 바꿔 사용 중이라는 취지로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이미 유아인을 진료했던 병원장이 그의 프로포폴 과다 투약을 우려하며 “너무 많이 (프로포폴을) 맞으면 안 된다”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병원을 옮겨 다니면 안 된다”고 만류한 정황이 나오면서 사실상 치료 목적이 아니라 중독 상태로 병원을 바꿔가며 ‘프로포폴 쇼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앞서 장미인애, 현영, 하정우 등 프로포폴 과다 투약 혐의로 법정에 섰던 연예인들 역시 치료 목적을 내세웠어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유아인 역시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정에 서게 되더라도 유아인은 단순 투약 혐의인 데다 초범이기 때문에 마약을 유통했다는 증거 등이 추가로 발견되지 않는다면 실형이 선고되진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결국 재판까지의 쟁점은 유아인이 끝까지 부정하고 있는 코카인 투약 혐의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마약 범죄는 그 종류도 형량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코카인은 치료 목적 핑계가 통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이 아니라 양귀비나 아편처럼 강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마약류로 분류되므로 초범이더라도 죄를 무겁게 묻는 경우가 많다. 유아인은 코카인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을 최소 수십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투약했다는 혐의를 받는 만큼 코카인 혐의까지 재판에서 인정될 경우엔 예상보다 무거운 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경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기 위해서는 다른 혐의나 새로운 증거 자료들이 보강돼야 하는 만큼 경찰은 추가 수사에 나선 후 결과를 보고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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