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왕조’ 영광 희미 류, 내림세 속 질타받던 황 ‘항저우 금메달’로 커리어 재반등
류중일 감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지도자다. KBO리그에서 전무후무한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어진 LG에서의 생활은 마냥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계약 기간 3년 중 후반부 2년 동안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으나 염원하던 우승에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재계약에 실패하고 팀에서 물러났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으나 금메달까지 이르는 과정 또한 매끄럽지 못했다. 대회준비에 열을 올리던 시점, 개최국 중국 현지의 코로나19 상황 탓에 대회가 1년 연기된 것이다.
과거와 같은 일정 이상의 계약 기간이 보장된 체제가 아니었기에 아시안게임이 1년 뒤로 밀리며 류 감독은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아시안게임이 취소된 이후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이강철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대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는 엔트리 교체 논란에 휩싸였다. 기존에 선발했던 KIA 투수 이의리를 '부상에서 회복 중이나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롯데 외야수 윤동희로 교체했다.
대회 초반 대만을 상대로 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결국 류중일 감독은 금메달을 따냈다. 엔트리에서 제외한 이의리가 대회 기간 KBO리그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투구를 보이고 있지만 대체 선발한 윤동희도 상위 타선에서 맹활약을 펼쳐 금메달에 공헌했다.
이번 금메달은 침체기에 놓인 대표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계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도쿄 올림픽, WBC 등에서 대표팀은 부진을 이어왔다.
LG에서 아쉬움을 남긴 류중일 감독 개인에게도 반등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앞서 2013년 열린 WBC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으나 1라운드 탈락으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약 1년 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반전을 만들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두 개의 금메달은 류중일 감독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황선홍 감독은 이전까지 내림세가 더욱 심하던 지도자였다. 부산에서 감독 데뷔 이후 포항에서 K리그-FA컵 '더블 우승'으로 전성기를 달렸다. 이후 FC 서울 지휘봉을 잡고 첫 해 우승을 달성했지만 내리막을 걸었다. 하위권으로 팀순위가 떨어지자 2018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2019시즌을 앞두고선 중국 옌볜 푸더 감독직에 올랐으나 리그 개막 이전 팀이 해체되눈 불운을 겪기도 했다.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변모한 대전 하나시티즌의 부름을 받았지만 이 또한 성공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었지만 대전은 대대적인 투자로 승격을 노리던 팀이었다. 황 감독은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팀을 떠나야 했다.
이 같은 이력에 황선홍 감독의 연령별 대표 부임을 반기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감독직에 올라 치른 친선전 등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아시안게임 개막을 눈앞에 둔 시점에 과거 황 감독의 지도를 받은 은퇴 선수가 저격성 발언을 날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황 감독은 이번 대회 금메달로 그간의 비판을 잠재우게 됐다. 대회 초반 팀이 대승을 이어갔으나 냉정한 모습을 대회 막판까지 유지했다. 적극적인 로테이션 가동, 교체카드 활용 타이밍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며 아시안게임 결과로 중간 평가를 받고 이후 2024 파리 올림픽까지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계약 형태에 '자신 있다'고 했던 황선홍 감독이다. 결국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능력을 증명하고 1년도 남지 않은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게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류중일, 황선홍 두 감독의 향후 커리어 전망도 밝혔다. 이들은 베테랑으로 분류되는 지도자들이다. 류중일 감독은 KBO현장에 있던 2020시즌 당시 리그 최고령 감독이었고 황선홍 감독도 현재 K리그1 국내 지도자 중 최고령인 홍명보 감독과 동기다. 이들은 '세대교체' 물결에 밀려날 수 있었지만 금메달 획득을 통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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