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을 방문한 최강희, 전창진 감독.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지난 4월 <일요신문> 창간20주년 기념 특별인터뷰 ‘나는 감독이다’에 응했던 두 감독들은 당시 김성근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고양원더스 선수들을 위해 간식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었고, 저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실제 ‘간식’을 사들고 직접 훈련장을 방문한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오는 11일 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3일부터 대표팀이 소집되면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전창진 감독도 새로 영입한 선수들과 함께 연습경기를 치르며 기량을 점검하고 파악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김성근 감독으로선 두 감독들이 훈련장까지 와준 데 대해 무한한 감사와 고마움을 전했다.
그때 전 감독이 김 감독에게 이런 말을 꺼냈다.
“선생님, 그동안 한화 감독으로 가신다는 소문이 많았는데 고양과 재계약하신 거 보고, 역시 김성근 감독님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에 대해 김 감독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대답을 이어갔다.
“난 항상 후보로만 있다가 끝나요. 그것도 1순위 후보로….”
김 감독의 재치있는 답변에 두 감독들은 모두 큰 웃음을 터트렸다. 김 감독이 이런 말을 덧붙였다.
“감독은 구단주와 동등하게 가야 해요. 기업이 감독을 그 밑으로 두려 하면 망하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원더스의 허민 구단주는 참으로 특별한 분입니다. 그 분은 스스로 자신을 감독 밑에 두려고 하니까요. 이번에 원더스 선수 4명이 프로로 갔는데 선수를 보내면서 구단에선 돈 한 푼도 받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보냈어요. 오히려 선수들에게 전별금 형식으로 1000만 원 이상의 돈을 쥐어준 사람이 허 구단주입니다. 제가 원래 구단주나 기업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인데 원더스에 와서 그 인식이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김 감독의 얘기를 듣고 있던 최강희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제 스타일도 김 감독님과 많이 비슷합니다. 다행히 성적이 나다 보니 안 잘리고 여기까지 온 거고요. 물론 감독님은 성적내고도 잘리셨지만요(웃음). 지금까지 대표팀과 밀월 관계였지만 앞으로 성적 여하에 따라 ‘죽일 놈’이 될 수도 있는 게 현실이에요. 그렇다면 자신의 생각대로 팀을 이끌어나가고 책임을 질 줄 아는 감독이 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전 감독은 김 감독 앞에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좀처럼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가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김 감독은 “당장은 아파도 미래를 생각해서 감독의 철학과 경험 신념을 버리면 안 된다”는 조언을 들려줬다.
김 감독과 전 감독은 브라질 최종예선전을 앞둔 최 감독한테 관심을 돌렸다. 전 감독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인 것 같다”라고 했고, 최 감독은 “성적만 내면 해볼 만한 자리”라고 응수한다. 그러자 김 감독이 이렇게 정리해 버린다. “그러고 보면 고양 감독 자리가 제일 편한 것 같아(웃음).”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