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로 사람, 그리고 사람이 사는 방법과 환경에 관해 관심을 두었던 강운구는 그간 같은 시대와 같은 지역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을 기록하고 해석해 왔다. 이번 ‘암각화 또는 사진’은 한국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국, 몽골 등 여러 나라의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르고, 그가 사는 현시점보다 한참이나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강운구는 ‘50여 년 전 신문에서 접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 속 고래는 왜 세로로 서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품었다고 한다. 궁금증을 품었던 강운구에게는 오래도록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 그간 아무도 왜 고래가 서 있을까? 하는 질문도 없었고, 해석한 대답도 없었다. 그래서 강운구는 스스로 그 답을 찾으려고 나섰다.
2017년 강운구는 고고학적 사진을 추구하겠다면서 이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강운구는 약 3년간 국내 암각화와 더불어 한국과 문화의 친연성이 있다고 일컬어지는 중앙아시아 계열의 지역인 파미르고원, 톈산산맥, 알타이산맥에 걸쳐 있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4개국과 러시아, 몽골, 중국 등 총 8개국의 30여 개 사이트를 답사했다. 마침내 강운구는 5000년 전쯤 제작된 암각화 속 사람들을 사진으로 포착해 냈다. 이 작품으로 그는 고대인들 삶을 통해 예술과 학문을 섞은 서사를 풀어낸다.
전시는 총 9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지하 1층 멀티 홀에서는 강운구가 방문한 8개 나라 여러 지역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암각화 중 비슷한 형태를 띤 핵심 암각화 작업을 계절별로 재구성하여 전시 요약본으로 제시한다. 이어서 지하 1층 복도형 전시실부터 1층 전시실까지 중앙아시아 4개국과 러시아, 한국, 중국, 몽골의 암각화를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본 전시와 연계한 사진집이 발간된다. 강운구와 1987년 ‘경주 남산’ 책 등을 함께 작업했던 편집디자이너 정병규가 완성한 ‘암각화 또는 사진’에는 전체 연작과 함께 사이트별 강운구의 글과 작품 설명이 수록되었다. 특히 고래가 왜 서 있는가를 규명한 심도 깊은 에세이를 주목할 만하다.
한편, 전시 기간에는 아티스트 토크, 전시 연계 강연 그리고 전시관람객 참여 워크숍 등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먼저 12월 9일에는 전시작에 얽혀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작업 세계에 대해 강운구 작가에게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된다. 1월 27일에는 전시의 주제와 연계하여 깊이 있는 내용에 대한 강연과, 후배 사진가가 직접 진행하는 특별 도슨트가 전시 기간에 3회 진행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관람객이 직접 준비된 교구를 활용하여 진행되는 전시 투어 프로그램과 가족끼리 참여할 수 있는 어린이, 가족 대상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